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경전철이 '시민의 발' 되려면


경(輕)전철은 말 그대로 덩치가 작은 전철이다. 대부분 무인으로 운행된다. 중(重)전철이라 부르는 기존 도시철도는 8~10량의 차량으로 구성된 반면 경전철은 1~2량으로 구성된다. 건설비도 운영비도 중전철에 비해 적게 든다. 이런 이유로 여러 중소도시에서 경전철을 선호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공약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김해 경전철 등 최근 개통했거나 건설을 마친 경전철의 파행으로 경전철 건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핵심 쟁점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전철 건설차입금과 매년 발생하는 운영적자로 해당 지자체의 재정이 파탄날 지경이라는 것이다. 둘째, 경전철의 하부 구조물이 너무 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아파트 주변을 고가로 지나감에 따라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수요ㆍ재원 충족 때만 허용해야 일리 있는 말이다. 경전철 건설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모두 충족돼야만 가능하다. 필요조건은 경전철 운행에 적합한 수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전철 노선 축의 잠재수요는 버스가 처리할 수 있는 수요보다는 크지만 중전철이 처리할 수 있는 수요보다는 적은 곳이어야 한다. 해당 노선 축을 중심으로 폭 1㎞ 안에 있는 인구와 종사자수를 파악해보면 잠재수요의 개략적인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요즘은 국가공간정보에 이러한 데이터가 있고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법이 발달돼 분석이 용이하다. 향후 경전철 예측수요와 비교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좀 더 나가 경전철 건설계획허가권을 가진 국토해양부에서도 이러한 최적 교통수단 선택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충분조건은 해당 지자체에서 최소한 경전철 건설재원 조달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의 순수 예산만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주변 개발지의 개발부담금, 부대사업 수입금 등을 고려해 건설비는 해당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경전철 운영자에게 운영수입으로 건설차입금 충당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요금 수준으로는 운영비 적자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가 도로라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를 무료로 활용하는 버스도 현재 운영적자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매년 2,000억원 이상을 버스사업자의 운영적자 보전에 쓰고 있다. 하물며 철로 유지보수, 차량기지 운영 등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전철 운영자에게 운영적자 발생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다만 경전철은 무인운전을 하기 때문에 전체 운영비는 버스보다 조금 많이 드는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경전철 건설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경전철의 대안으로 독립노선(전용노선)을 가진 간선급행버스(BRT)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향후 해당 축의 교통수요가 증가할 때 손쉽게 경전철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로 위 선 없앤 트램 고려할만 경전철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고가(高架)나 지하로 운행하는 경전철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는 경전철이 녹색교통의 총아 대접을 받는다. 우리도 도로상에 부설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버스처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노면전차(路面電車ㆍtram) 방식의 경전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버스보다 환경친화적인데다 고가ㆍ지하 방식에 비해 비용이 덜 들고 도시 미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사랑 받는 시민의 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트램은 최근까지만 해도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도로 위에 어지럽게 설치된 전선인 가선(架線) 때문에 도시 미관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기술 개발로 프랑스의 니스ㆍ보르도 등지에서 무가선(無架線) 트램이 상용화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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