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군 「존 웨인 시스템」(해외과학가 산책)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지는 전쟁터에서 미군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면 누가 구해주는가. 존 웨인이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헐리우드의 영웅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적지에서 쓰러진 그들의 아들과 남편과 친구들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미국 국방부는 최근 노드롭그루만사를 통해 일명 「존 웨인 시스템」이라고 도 불리는 전쟁 원격치료시스템(Battlefield Tele­Medicine System)의 시제품을 개발, 시험가동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은 인공위성과 야전 응급구호차량과 전쟁터의 병사들을 연결, 부상당한 미군을 즉석에서 응급처치하고 후방의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쟁터로 나가는 미군은 개인의 혈액형과 X선 사진 등 상당한 분량의 의료기록을 담은 마이크로칩을 내장한 인식표(Medi­Tag)를 목에 걸고, 맥박·혈압·호흡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디지털 손목시계를 차게 된다. 미군이 총탄이나 포탄에 맞아 쓰러지면 손목시계의 센서는 즉시 부상병의 위치와 함께 맥박·혈압·호흡 등에 관한 신호를 내보내고 전선에서 약간 뒤에 떨어져 있는 야전 응급구호차량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통해 이 정보를 수신한다. 야전 응급구호차량에 타고 있는 군의관은 무전기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무병을 불러 부상병의 위치를 알려주고 응급처치할 것을 명령한다. 의무병은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철모를 쓰고 있다. 의무병이 부상병을 응급처치하면서 비디오카메라로 환부를 촬영하고, 휴대용 컴퓨터로 부상병의 인식표를 자동으로 검색하여 송신하면 군의관은 그 환부와 의료기록을 영상으로 보고 진단하여 상세한 응급처치방안을 지시한다. 부상병이 위독하면 당장 후방으로 옮겨지는데 부상병을 받을 병원에서는 의료기록과 응급처치에 관한 내용을 먼저 검색하여 부상병이 도착하자마자 즉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 시스템은 또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의와 접속할 수 있는 원격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1백24곳의 군병원과 5백4곳의 진료소를 비상연결하여 미군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부상을 당하든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이들 병원과 진료소는 필요에 따라 미군의 의료기록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수 있고 입원한 부상병의 소속 부대에서는 환자의 위치와 상태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노드롭그루만은 이미 마이크로칩을 내장한 인식표와 이를 자동 검색하는 휴대용 컴퓨터, 센서가 달린 손목시계,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철모 등을 개발, 현재 보스니아 내전에서 일부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노드롭그루만은 이같은 「첨단 존 웨인」이 일찌감치 베트남전쟁에 투입됐더라면 당시 전사자의 적어도 3분의 1정도는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기술은 이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구출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일까. 몇년 전 암으로 죽은 존 웨인이 첨단 의료정보시스템으로 부활하여 적지에서 부상당한 미군 병사를 구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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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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