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요금 자율화(논쟁)

국내 통신업계가 정보통신부의 통신요금 자율화조치를 둘러싸고 격렬한 찬반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통신사업에 경쟁을 도입했으니 요금도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자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편에서는 요금자율화의 원칙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통신요금 완전신고제를 실시할 때가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물론 정부의 요금규제 고삐가 풀리게 될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며, 반대하는 측은 후발사업자군인 데이콤·온세통신이나 PCS(개인휴대통신) 분야의 한국통신프리텔 등 신규사업자들이다. 현재 통신업계 최대의 이슈인 통신요금자율화에 대한 찬반입장을 들어본다.<편집자주>◎찬성/서비스 질경쟁 활성화/사업자 책임감높여 이용자만족 지름길/요금상한제도입땐 고객부담 안늘어나/한통,신규업자 약탈적 가격설정 원천적 불가능/조영주 한통 사업관리실장 최근 정부는 요금규제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요금 자율화를 입법 예고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피력하기에 앞서 요금을 규제할 때의 문제점부터 집고자 한다. 한국통신과 같은 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요금규제는 우선 시내전화부문의 적자, 시외 및 국제전화부문의 초과이익 발생과 같은 원가와 괴리된 요금구조를 낳게된다. 다른 경쟁사업자들은 시외 및 국제전화 시장에 대한 크림스키밍(이익이 남는 지역에만 서비스하는 것)에 주력함으로써 통신사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약화시킨다. 이런 점을 이용하여 타 사업자들은 경쟁력과 무관하게 요금 규제를 통한 반사적 이익을 획득하게 된다. 지난 2월 WTO기본통신협상이 타결됨으로써 내년부터 외국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요금 규제상태에서 통신시장을 개방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통신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우려가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마케팅의 핵심요소인 요금을 조정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어 실질적으로 요금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 곤란하나, 외국사업자와 여타 경쟁사업자는 요금 자율화로 한국통신의 요금 조정기간 동안 틈새시장을 손쉽게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외국 사업자는 요금결정의 자율권을 갖고 진입하여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시외 및 국제부문을 먼저 잠식할 것이다. 현재의 요금규제방식의 지속은 외국사업자의 시장진입 방어력이 가장 큰 지배적 사업자의 손발을 묶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국내 통신시장의 보호와 국가이익의 해외유출 방지를 위하여도 경쟁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자율화가 시급한 처지이다. 원래 요금규제의 목적은 과다한 요금인상이나 인하에 따른 시장교란을 방지하고, 경쟁환경의 초기에 기존 사업자에게는 신규사업자 보다 강한 「비대칭적」규제를 함으로써 경쟁원리를 조기에 정착하려는 것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사업자의 요금결정권을 정부가 직접 규제함으로써 대상사업자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효율성 증대에 기여하지 못할 뿐아니라, 점차 시장원리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경쟁의 근본논리에 위배되며, 비용의 증가가 따르게 마련이기에 요금자율화는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 한편 정부정책의 변화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통신 선진국에서도 지배적사업자에 대해서는 완전한 요금자율화를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각 국가의 통신시장이 아직은 국내경쟁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인위적·차별적 규제의 명분이 있었으나 외국사업자가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98년이 되면 신규 사업자에 대한 보호정책은 더이상 시장원리 정착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시장개방 아래서 신규사업자 보호정책은 신규 사업자 자체의 자생력 증대에 기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사업자를 포함한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개방대응력 증대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AT&T에 대한 요금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쟁도입 초기의 인가방식에서 89년 가격상한규제 방식에 의한 부분적 자율화 도입후 96년에는 요금규제를 완전히 철폐했다. 또 한국통신은 애로설비인 시내망을 보유하고 시내·시외 등의 수직적 결합에 의한 서비스 제공으로 시장지배력이 있으므로 요금 자율화 후에도 한국통신에 대해 실질적 사전규제 또는 사후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은 통신망간 동등접속, 개방망, 역무별 회계분리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요금이 자율화되면 무분별한 요금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요금인상이 예상되는 시내전화에 경쟁도입이 결정되었고 셀룰러전화, 시티폰, PCS 등의 대체상품이 시내전화와 사실상의 경쟁관계에 있으므로 요금인상은 어렵고 요금상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는 경우 소비자 부담 증가없이 통신요금 조정이 가능하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가격설정으로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배제할 것이라는 우려도 불식돼야 한다. 원가 이하의 요금설정은 한국통신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설령 만에 하나 약탈적 요금을 설정하더라도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 제재를 받는다. 끝으로 전화요금 구조조정은 대외개방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타공공부문 요금보다 더욱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로 조속한 추진이 필요한데 한국통신은 전기·철도·우편요금 등 타 공공요금의 일방적 인상과는 달리 시외 및 국제전화요금 인하로 물가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통신시장 대외개방을 앞둔 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외국의 경우는 시장개방에 대비 요금구조조정을 마쳤거나 강력히 추진중이다. 결론적으로 통신요금 자율화는 사업자의 책임 강화, 시장기능 활성화 및 이용자 중시로 이어지고,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 및 서비스의 고도화를 경쟁적으로 촉진시켜 이용자의 후생을 증대시킬 것이다. □약력 ▲56년 경북 성주생 ▲서울대 공대, 미국 미시간주립대 정보통신전문 과정 수료 ▲한국통신 경영전략실 신규사업총 괄팀장 ◎반대/선발업체 독점만 강화/요금횡포 통한 후발업자 죽이기 불보듯/투자도 지역·계층간 빈익빈부익부 초래/국내안주로 기술개발·해외시장 진출 뒷전우려/김영세 연세대 교수 그동안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지배적사업자에게만 적용해 왔던 「이용약관인가제」의 폐지와 요금자율화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정부가 입법예고함에 따라 경쟁(화)과 규제완화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의 의도는 정보통신시장의 대외개방에 대비해 국내 통신사업자간의 경쟁을 활성화시키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당장 「요금자율화」와 「규제완화」를 단행할 경우 지배적 사업자는 약탈적 가격부과, 자의적인 접속료 부과, 동등한 접속거부, 열악한 설비제공조건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여 후발사업자들을 도태시키고 독점체제의 확립을 꾀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경쟁체제를 확보한다는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파괴적 경쟁에 의한 독점체제의 고착화만 초래할 뿐이다. 이는 결국 진입규제의 주체가 공기업시대의 정부로 부터 정부 묵인하에 각종 진입저지 전략을 구사하는 지배적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시장기능에 맡겨두면 효율적으로 운영될 부문에 편재하는 인허가권과 행정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적 공정경쟁 여건의 확립을 통한 건강한 시장경제체제의 건설에 꼭 필요한 정부규제는 결코 완화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통신산업의 경쟁환경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두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통신산업은 시내망과 시외·국제망이 수직적으로 결합되어 서비스를 창출하는 망외부성을 지닌 산업이다. 현재 한국통신이 병목설비인 시내망을 완전독점하고 있으며 따라서 경쟁사인 후발사업자들의 시외·국제전화사업 목줄을 한국통신이 쥐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지배적사업자들은 회계관리에 있어서 동일회계제도를 거대 공동조직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결국 어디서 얼마의 원가가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비용배분기준이 애매할 뿐 아니라 원가검증체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가자료의 작성이 극히 자의적일 수 있다. 현 상태에서 약관인가제를 폐지하고 요금을 완전자율화할 경우 통신산업이 맞게 될 운명은 「경쟁체제의 파괴」로 요약된다. 한국통신은 독점부문인 시내전화요금은 인상하고 경쟁부문인 시외·국제요금은 인하할 것이다. 한국통신은 시외·국제요금 인하로 인한 손실을 시내요금 인상으로 보전함으로써 총매출액에는 차이가 없는 반면 보전수단이 없는 후발사업자들은 수익기반이 약화되어 경쟁체제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 무선통신의 경우 신규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들의 사업개시 즉시 SK텔레콤은 셀룰러 요금을 약탈적 가격수준으로 인하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셀룰러의 두 배에 달하는 망구축 고정비용을 투자한 PCS사업자들은 순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전에 약화 내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약관인가제가 폐지되더라도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한 요금설정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36조 3항에 의거하여 처벌한다고 주장하지만 극도로 자의적인 현행 회계제도하에서 요금의 불공정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사후적으로 원가를 검증하는데 최소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기간동안 신규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통신수요의 망외부성으로 인해 지배적 사업자에게 일단 빼앗긴 소비자를 다시 유인하기란 매우 어려우며 결국 신규사업자의 도태로 연결될 것이다. 병목설비를 독점하면서 수직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지배적 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서비스요금의 완전자율화와 이로 인한 파괴적 경쟁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배적 사업자는 시내전화요금의 부과와 중장기 투자에 있어서 지역별·계층별로 차별화할 것이다. 이 경우 도시와 농촌간, 빈부간의 격차가 확대되어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통신산업의 공공성이 위협받게 된다. 둘째 요금조정을 통한 진입저지 전략이 주효하여 지배적 사업자가 독점적 위치를 재확보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예상되는 요금인상,서비스저질화 등 독점의 폐해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셋째 지배적 사업자는 국내에 고유 사업구역을 확보한 만큼 적극적 기술개발을 통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동기가 약하다.독점적 지위를 가진 지배적 사업자가 3%도 못미치는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동안 외국의 신개척시장들은 해외사업자의 몫이 될 것이다. 경쟁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도 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경쟁압살 위험을 인식하고 대부분 약관인가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만이 AT&T의 시장점유율이 55%로 떨어진 95년에 비로소 신고제로 전환한 바 있다.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약관인가제는 제2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안정적으로 20%이상 되는 시기까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병행해 지배적 사업자의 회계분리제도를 투명화하고 궁극적으로 사업구조 분리를 실시하는 것만이 지배적 사업자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며 불공정시비에 종지부를 찍는 대안일 것이다. □약력 ▲62년 서울생 ▲연세대 경제학과 ▲영국 런던대 교수 역임 ▲한국경제학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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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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