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보유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미리 비상용 실탄을 확보해두겠다는 전략이다.
18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 IT업계가 지난 3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2,320억 달러로 전체 자산 중 2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80억 달러에 보다 6%가 증가한 것으로 S&P500 전체 기업의 보유현금 증가율 1.5%를 크게 웃돌고 있다. IT업계 다음으로 현금 자산이 많은 곳은 헬스케어로 16.5%를 기록했다. S&P500 기업들의 현금 자산 비중은 11%였다.
S&P는 “기업들의 현금자산 비중을 조사하기 시작한 지난 2005년 이후 증가율이 가장 빠르다”며 “과거 닷컴 버블 붕괴시 어려움을 겪어 본 IT 기업들이 과거의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현금자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 전체에서 현금 자산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애플로 전체 자산 중 61.4%가 현금이었다. 그 뒤는 구글(56.1%), 시스코 시스템즈(41.0%), 퀼컴(40.1%), 이베이(38.9%) 였다.
몇몇 기업들의 경우 현금 자산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데이터 저장업체 EMC의 경우 현금 자산 규모가 지난 2006년 말 18억 달러에서 지난해말 45억 달러로 급증했다.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는 같은 기간 27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