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위기로 지난해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대형주들이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유럽 리스크 완화와 미국∙중국발 모멘텀 기대감에 외국인과 기관이 시장에 복귀하면서 증시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형주 중심의 순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낙폭이 컸던 대형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전날 1,900포인트선을 탈환한 코스피지수는 20일에도 강세를 보이며 1.82% 오른 1,949.8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은 대형주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형주 지수는 1,921.33포인트로 최근 나흘 연속 상승하며 5% 이상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것이다. 종목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6.69% 오른 것을 비롯해 KB금융(4.61%), 현대중공업(4.45%), S-Oil(3.03%) 등 시가총액 상위 주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08% 오른 110만5,000원을 기록해 지난 3일 기록한 최고가와 타이를 이뤘다.
최근 대형주들의 부활은 외국인들의 시장 복귀에 따른 유동성 공급 덕이라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분석팀장은 "그동안 증시는 유럽 리스크로 인해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 위주의 장세가 이어져 왔다"며 "꽁꽁 얼었던 유동성이 유럽의 위기 완화와 미국∙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라는 봄기운을 타고 녹아내려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팀장은 "그동안의 코스닥시장 강세는 유가증권시장 침체에 따른 '틈새 투자'와 테마주 열풍에 따른 면이 크다"며 "최근 정부의 테마주 단속으로 개인들의 매기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대형주 부활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박스권 상단이 막혀 있어 한정된 자금으로 투자하기에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 좋았다"며 "그러나 최근 지수가 상단 돌파를 시도하고 있고 여기에 실적 발표 시즌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연속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대형주 쪽으로 매기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다가 2,000포인트 돌파 이후부터 실적에 따른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일부 착시현상도 고려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이후 약 40% 이상 올랐는데 삼성전자 상승분을 빼면 사실상 코스피지수는 1,800포인트대 중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삼성전자에 가려졌던 다른 종목들의 주가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순환매가 끝나고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 저평가된 금융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내다봤다.
류 팀장도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까지는 가격 메리트에 의한 낙폭 과대주가 유망할 것"이라며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순간 실적주들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