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난기류에 휩싸인 한국경제] <상> 밀려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해외악재 실물로 옮겨붙어… 세계 더블딥땐 3%대 성장 전망도 <br>공공료 인상 대기등 상승압력은 커지는데 앞으로 3%로 묶어야 '물가 4%' 달성 가능<br>정책카드도 마땅찮아 미시적 대응 주력해야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재동의 한 재래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과일 값이 급등한 탓에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난기류에 휩싸인 한국경제] 밀려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해외악재 실물로 옮겨붙어… 세계 더블딥땐 3%대 성장 전망도 공공료 인상 대기등 상승압력은 커지는데 앞으로 3%로 묶어야 '물가 4%' 달성 가능정책카드도 마땅찮아 미시적 대응 주력해야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이승현기자pimple@sed.co.kr 1일 서울 서대문구 홍재동의 한 재래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과일 값이 급등한 탓에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인고의 세월이 막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우리 경제에 유령처럼 떠돌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ㆍ고물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유럽연합(EU)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경기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성장률 4.5%, 물가 상승률 4%' 달성도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 내에서도 "금리ㆍ재정 등 거시정책을 펴기보다는 미시적 대응에 주력하면서 펀더멘털을 다지면서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한숨 소리가 나오고 있다. ◇쇼크 수준의 물가 상승=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3%는 충격에 가까운 수준이다. 2008년(5.6%)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집중호우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등과 국제 금값 급등, 전세난 등이 물가 급등을 주도했다. 물론 정부는 8월 물가 급등은 계절적ㆍ일시적 요인 탓으로 9월 이후에는 안정될 것이라며 불안심리를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9월에는 추석이 지나면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안정되고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 등이 반영되면 4% 내외의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통계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더라도 지난해 9월부터 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올라 2009년 4월(4.2%)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전달보다 0.3% 상승해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또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커지고 서비스요금도 오르고 있어 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적인 물가 상승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강동수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전월세 가격 상승도 지속되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하고 있다"며 "수요 측 압력이 높아 정부의 미시적인 정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을 4.0%로 묶겠다는 정부 계획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4%라는 수치는 올해 9~12월 월별 물가 상승률을 매달 3% 정도로 묶어야 가능한 수준이다. ◇재정위기로 실물경제도 타격=남은 관심사는 정부가 올해 성장률 4.5%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4.5%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망'이 아니라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 등 해외발 악재가 실물경제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세계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 상황에 빠질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우리 실물지표 곳곳에서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0.4%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6곳꼴로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재정위기로 경영상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8월 산업활동동향도 장마 등의 영향으로 7월보다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금리동결ㆍ재정건전성 강화를"=문제는 지금과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돌파할 마땅한 정책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적극적인 통화ㆍ재정정책을 펴다가는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데다 경기둔화가 해외변수에서 출발한 탓에 효과도 없는 실정이다. 강동수 부장은 "선진국이 통화팽창정책을 펴는데 우리만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인상하면 선진국 자금이 들어와 통화긴축의 약발이 떨어진다"며 "지금은 물가를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고 대외불안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중구 LG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실물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약해졌다"며 "지금은 거시정책을 쓰기보다는 미시적 대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쇼크 장기화… 한국경제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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