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8월 27일] 거래소, 소액주주 배려 아쉽다

이준희 기자 < 증권부 >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는 피켓을 든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네오세미테크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게 된 소액주주들이었다. 대부분의 투자금을 날리게 된 투자자들로서는 이렇게라도 울분을 표출해보자는 생각들이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한 거래소의 대응은 뜻밖이었다. 거래소는 경호업체 직원 10여명을 동원해 새벽부터 출입을 통제했다. 서울경찰청에서 파견된 전투경찰 60명도 버스에서 대기 중이었다. 거래소는 신관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들어오는 차량은 물론 사람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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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오세미테크 사태는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회계법인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우회상장을 허가한 거래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백화점이 ‘KS’마크가 찍힌 상품을 판매했다고 해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완전히 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주들을 ‘봉쇄’하는 것은 이런 최소한의 책임까지 회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사건은 거래소가 ‘주주’를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거래소 직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상장폐지를 당한 주주들은 원래 이렇다”거나 “기업을 가려 투자했어야지”라는 식이었다. 물론 ‘질 나쁜’ 투자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장폐지 결정이 있을 때마다 거래소 담당자들에게 욕설문자를 보내고 악담을 하는 등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거래소는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를 계기로 우회상장 제도를 손질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경청’이다. 김봉수 거래소 이사장은 “투자자ㆍ회원사ㆍ주주 등 시장참가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함께하는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거래소의 수입 중 85%가 투자자들의 거래수수료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주주도 엄연히 거래소가 경청해야 할 ‘시장참가자’이고 또 함께해야 할 ‘국민’이다. 소통을 봉쇄했던 이날 거래소의 모습은 김 이사장의 포부를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어버렸다. approac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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