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풍요와 희망의 바다

한가위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기상관측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수많은 인명피해가 났으며, 재산손실도 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태풍의 길목에 있었던 남해안의 항만과 어항, 양식장의 피해가 엄청났다. 강한 바람과 해일에 부산항의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들이 잇달아 쓰러지는가 하면 어민 삶의 터전 대부분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태풍의 아픈 기억이 잊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름 내내 적조와 씨름하다가 또 다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날이 갈수록 연안의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유엔해양법협약 발효이후 일본, 중국과의 어업협정으로 어장이 축소되자 정부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 위주로 수산정책을 전환했다. 그러나 불과 몇 해만에 과잉생산과 값싼 중국산 수입수산물에 양식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기르는 어업정책도 벽에 부딪혔다. 어가부채는 어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매년 반복되는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는 재기의 의욕마저 빼앗아가고 있다. 우리 수산업은 최근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경제논리를 앞세운 냉혹한 시장개방요구를 받고 있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흔히들 바다를 `무한한 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바다의 막대한 잠재적ㆍ자원적 가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어촌현실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어야 할 바다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어민들의 깊은 한숨과 어촌을 등지고 떠나가는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과연 그 곳에 희망이 있는지 바라본다. 여기저기서 수산업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만큼 수산정책의 전면적인 방향전환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제반 정책이 우리 수산업의 자생력과 대외 경쟁력을 키우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 TV에 태풍에 부서진 가두리 양식장에 올라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어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나 몰라라 하는 그들의 행위를 어민들이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찬가지로 일반 국민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어설픈 대책 또한 어민가슴을 멍들게 하고 좌절하게 한다. 우리 바다와 어민을 비브리오에 울상 짓는 동네 횟집 수족관 앞에 서있는 주인쯤으로 여기며 어민의 절망을 먼 산 보듯 해야하는가. 어민들에게 재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세워주어야 한다. 어민들에게 풍요와 번영의 바다를 되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동북아 중심국가로 거듭나고 21세기 해양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어민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문석호(국민참여통합신당ㆍ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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