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식투자 이젠 생활이다] <10·끝> 전문가 좌담

"펀드, 주가에 일희일비 말고 3년은 묵혀둬야"


[주식투자 이젠 생활이다] 전문가 좌담 "펀드, 주가에 일희일비 말고 3년은 묵혀둬야" 정리=전재호 기자 jeon@sed.co.kr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 저축에서 투자의 시대로 • 없을수록 자산관리 해야 • '3 · 3의 법칙'을 지켜라 • 노력한 만큼 번다 • 수수료를 줄여라 • 맞춤형 상품시대 온다 • 잘 고른 금융상품 10년을 좌우한다 • '해외'에 투자하고 '테마'로 수익높여라 • 시장에 맞는 제도와 인력 양성하라 ‘한국 증시는 냄비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증시에 꼬리표처럼 붙었던 말이다. 그러나 적립식 펀드가 자리를 잡아가고 주식 및 펀드에 대한 개념이 ‘대박 아니면 쪽박’에서 ‘자산 증식의 유용한 수단’으로 변해가면서 마침내 지긋지긋했던 꼬리표를 떼어버릴 수 있게 됐다. 적립식 투자의 확산과 함께 한 단계 진화한 한국 증시는 오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또 한 차례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금융자산 중에서도 저축에서 투자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맞춰 본지는 지난 3일부터 ‘주식투자 이젠 생활이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자산관리의 필요성 및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왔다. 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 전홍렬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도성 증권연구원 원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을 초청해 변화된 투자문화를 되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좌담회는 서울 충무로 본사에서 이뤄졌으며 사회는 채수종 증권부장이 맡았다. ▦사회=우리나라 가계의 바람직한 자산관리 형태는 무엇일까요. ▦최도성 원장=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배분 구조는 부동산 80%, 예금 10%, 펀드 및 주식 10%로 요약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펀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가격 억제정책으로 매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예금 역시 저금리 기조에 따라 큰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생활을 위한 장기 투자가 필요한데 펀드 투자가 바람직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50%, 부동산 50%로 배분하되 금융자산을 주식 및 펀드 50%, 유동성이 높은 예금 50%로 해서 부동산, 주식 및 펀드, 예금의 비중을 각각 50%, 25%, 25%로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됩니다. ▦사회=현재 우리나라 주식 및 펀드 투자자들의 인식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투자자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다고 보십니까. ▦윤태순 회장=지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대우 사태,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인해 펀드에 대한 불신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도입되고 준법감시인 제도, 펀드 공시 강화 등이 생기면서 펀드에 대한 신뢰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법과 함께 새로운 개념인 적립식 펀드가 생기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투자문화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펀드 계좌 수도 크게 늘어 이제 ‘1가구 1펀드’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장기 투자상품이 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 직접 투자자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펀드로는 오히려 매일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는 적립식 투자 방식의 학습이 정착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사회=올 상반기 주식 시장이 활황을 나타내면서 펀드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다시 환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펀드 투자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요. ▦최현만 사장=펀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께 네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장기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펀드 투자는 주식과 다릅니다. 주식은 손절매(주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에 파는 일)가 필수이지만 펀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최소 3년 정도 기다릴 줄 아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적립식 투자를 적극 이용하기를 권합니다. 현재 주식형 펀드 중 적립식 비중은 41% 수준인데 50~60%까지 올라오면 증시가 한층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자산배분의 중요성도 알아야 합니다. 수익의 80~90%는 자산배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목표수익률을 정했다면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 증시는 은행의 저금리 기조, 고령화 시대, 퇴직연금 도입 등 외부 여건이 너무 좋기 때문에 장기 상승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교육자금 관련 상품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펀드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홍렬 부원장=그렇습니다. 최근 증권 시장의 큰 변화는 펀드인데 이를 잘 살리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국ㆍ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약간의 지원만으로 부모가 어린이에게 경제 교육도 시키고 학자금도 마련할 수 있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이를 국가 의제로 삼고 적극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펀드 판매시 판매사가 가져가는 보수가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전 부원장=판매 보수는 역사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투자신탁운용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보수를 받던 관성이 아직 남아 있지요. 그러나 현행 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다듬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판매사 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 회장=투자자들이 현행 보수체계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비용에 비해 서비스가 부족하고 장기 투자를 해도 수수료 혜택이 작다는 점 때문인데 인위적으로 판매 보수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기간과 펀드 성격에 따라 보수 체계를 다양화하는 방법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 우체국, 상호저축은행, 펀드 슈퍼마켓 등 판매채널을 확대하면 보수를 조정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운용사가 펀드를 직접 팔 경우 수수료가 낮아지는데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운용사가 판매사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최 원장=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사의 83%가 판매사와 계열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운용사가 판매회사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판매 수수료가 높은 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수수료가 높더라도 더 많은 이익을 내면 되고 판매사가 판 상품이 실적이 좋지 않으면 수수료가 없더라도 돈을 맡기지 않을 테니까요. 즉 판매사의 실적도 공개해서 판매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 사장=운용사의 직판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운용사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자본금이 적은 운용사가 펀드 판매를 위해 전산시설ㆍ콜센터 등 인프라를 갖추기는 힘듭니다. 기업 경영은 효율을 좇아가게 돼 있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운용사가 펀드 판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이 성숙해지면 펀드의 60% 정도는 인덱스와 배당형으로 수렴하게 되고 수수료도 낮아집니다. 그 전에 다양한 펀드를 운용해봐야 하는데 장기 투자문화가 정착되기 전에 보수 문제로 다투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못하게 되고 결국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다시 주식 시장으로 넘어가 보죠. 신용융자가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오히려 불안정 요소로 작용했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 부원장=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수제도가 신용융자 기능을 해왔습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결국 미수제도를 신용융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매끄럽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초 고객별로 신용을 조사하고 능력ㆍ태도에 맞게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자동으로 융자되다 보니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이 좀 됐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응한 것이 잘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 원장=신용융자는 제도의 도입만으로도 모호한 영역에 있던 미수를 제도권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최근 폭락장이 투자자에게 좋은 약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윤 회장=시장 흐름에 따라 단기로 투자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 계획에 맞게 오래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최 사장=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적절한 분산투자를 꼭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또 기업은 기업대로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입력시간 : 2007/08/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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