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골프장 절반 적자 상태…34%는 완전자본잠식

상당수 구조조정 불가피 <br>수억대 회원권 휴지조각 위기 <br>당국, 은행에 "여신 정리해라"




골프장 업계가 전체의 절반 가량이 적자상태이며, 특히 전체의 30%는 완전 자본 잠식에 빠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수년간 골프장의 상당부분이 구조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골프장 회원은 물론 모기업과 금융기관에도 여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신용정보평가와 금융계, 금융당국에 따르면 매출이 있다고 등록한 골프장 244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기준으로 110개사가 적자(당기순손실)를 기록했다.

또한 83개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골프장 운영은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2011년 골프장의 매출액 증가율은 9.2%였지만 2012년에는 마이너스 0.5%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1년 7.5%에서 2012년에는 5.9%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골프장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이 이자 등 금융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2012년 기준으로 0.36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1미만이면 극심한 경영악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르는 골프장은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정기 신용위험 평가에서 골프장 운영업은 지난해 5개에서 18개로 늘었다.

그나마 회생가능성이 있는 C등급은 8개, 퇴출대상인 D등급은 10개다. 이중에는 자산이 2,000억원 이상인 대형 골프장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업계가 힘들어지면 당장 회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거액을 들여 산 회원권을 샀지만 골프장이 남의 손에 넘어가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클럽Q안성은 수원지법이 회원권 금액의 17%만 인정해 돌려주겠다는 판결로 해당 골프장의 회원뿐 아니라 골프업계 전반에 논란이 일었다.

클럽Q안성은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에 매각됐고 회원권을 보유한 17만명은 앉아서 수억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가산노블리제 골프장 회원들은 아예 입회보증금을 출자전환해 골프장을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시공사이자 주채권자인 유진기업이 자회사인 유진로텍을 통해 골프장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면서 회원권은 휴지조각이 됐다. 한때 7억5,000만원에 달했던 회원권의 자산가치를 한푼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레저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최대 1,300명의 골프장 회원(개인ㆍ법인 포함)이 2,000억원대에 가까운 재산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양레저는 동양그룹 계열사가 소유한 골프장 4곳을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동양생명 소유인 파인크리크컨트리클럽(CC)ㆍ파인밸리CC를 비롯해 ㈜동양의 운정골프랜드, 동양네트웍스의 웨스트파인골프클럽 등이다. 이들 골프장은 동양레저가 9월30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일부 회원권 가격이 급락했다. 가뜩이나 골프장 매물이 늘어나는 와중에 동양 계열 골프장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더해지면서 거래가 끊긴 상태다.


골프장 업계의 불황은 골프회원뿐만 아니라 골프장을 소유하거나 출자한 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주요 기업은 접대나 현금수익 창출을 위해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실기업들이 골프장을 매물로 내놓거나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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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과 KCC건설이 출자한 청라골프장 사업은 골프장 사업과 골프빌리지 분양이 연기되면서 시행사인 블루아일랜드개발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웅진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렉스필드CC에 대해 이사회 승인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중식 대표를 해임했다. 또한 윤석금 회장은 렉스필드CC에 34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12억5,000만원을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 역시 골프장에 빌려준 돈이 부실로 돌아오면서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한때 은행권의 단골 대형 고객이던 골프장 업체는 이제 은행의 회피대상이다.

골프장운영업에 대한 여신은 여신금지업종에서 풀려난 후인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해에만 6조원을 훨씬 넘어섰다. 골프장에 대한 대출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말에는 1조1,673억원이었지만 2012년 6월 기준 6조4,072억원으로 늘었다.

골프장에 대한 여신은 대부분 은행에서 나온다. 지난해 2ㆍ4분기까지 은행은 5조6,742억원을 골프장에 빌려줬는데 우리은행이 1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6,960억원) ▦국민(5,468억원)순이었다. 국책은행 중에는 기업은행(3,700억원)과 산업은행(2,300억원)의 여신규모가 컸다.

그동안 골프장은 은행권에서 안정적인 대형 고객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골프장 경영부실이 이어지면서 은행에도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골프장 18개가 구조조정 대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은행 여신도 고정이하로 분류되면서 최소 수백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골프장 업계 전망이 어둡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면서 은행들은 돈줄을 조이고 있다. 업계에서 골프장 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골프장에는 대출하지 않는다"면서 "최근에는 골프장이 은행보다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골프장 여신을 정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한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골프장과 골프장 회원권 담보대출 관련 부실채권을 전액 정리했다. 하나ㆍ농협ㆍ전북ㆍ제주은행 등도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뇌관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프장 업계가 불황인데도 남의 돈을 빌려서 골프장을 짓는 사례가 여전히 있다"면서 "은행 중 골프장 건설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있는 곳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프장에 대한 은행 여신은 주로 담보대출이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주로 골프장 토지나 대주주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했는데 장기적으로는 빚을 갚을 수 있겠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년간 각종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동안에 은행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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