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변혁기 공기업] 거센 '바꿔'회오리에도 아직은 먼 '절반의 성공'

[변혁기 공기업] 거센 '바꿔'회오리에도 아직은 먼 '절반의 성공'공기업이 기로를 맞고 있다. 민영화와 경영혁신, 인력감축 등 개혁의 소용돌이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공기업 혁신을 둘러싸고 민영화일정 지연, 낙하산 인사 잡음, 국부유출 논란 등 부작용이 일고 있다. 개혁과 변화, 구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증시침체 등 국내경제여건 악화에 따라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정부는 「헐값 매각」과 「개혁의지 퇴색」사이에서 고민을 거듭중이다.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자기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때문에 국가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공기업의 위상과 책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흔들리는 공기업의 현실을 살펴본다. ◇하드웨어, 절반의 성공 외양은 그럴 듯하다. 13개 정부투자기관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8,394억원. 전년보다 44.5%난 늘어났다. 공기업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가 13개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한 지난해 경영개선실적도 평균 73점으로 전년보다 2점 높아졌다. 군살빼기 실적도 눈에 들어온다. 인력조정 대상인 13개 정부투자지관과 6개 정부출자기관의 올해말 인력(예정)은 12만5,000명. 지난 97년말에는 16만6,000명이었다. 4명중에 1명꼴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겉모양일 뿐이다.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경기 호조로 한국전력의 전력판매량이 크게 늘어난데다 주택공사가 한강 외인아파트를 처분해 얻는 특별이익에 기인한 것이다. 인원감축도 경기가 다소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면서 더디게 진행중이다. 올해 감축대상인원이 9,000여명에 달하지만 상반기 실적은 수십명 수준에 불과하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하드웨어도 따지고 보면 두드러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무려 170억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을 제대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정부혁신 추진위원회로 하여금 2단계 공공부문 개혁를 추진할 계획이나 공기업 부문까지 세부적인 개혁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획일적 개혁, 부작용 속출 공기업 개혁이 본격 추진된 시기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외환위기와 상황이 맞물리면서 모두가 망할지 모른다는 위기인식이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경제가 급속히 되살아나면서 모든 공기업에 일률적인 적용된 인원감축이 부작용을 빚고 있다. 인원감축의 일차 대상이 된 것이 여직원 또는 하급직원. 신입직원 공채도 아예 없어지거나 최소규모로 조정된 결과 일할만한 직원을 찾기 힘든게 요즘 공기업들의 현주소다. 더욱이 지난해말과 올초 벤처붐이 일면서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많아 일손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중하위직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각하다. 신규사업은 꿈꾸기도 어려운 실정. 일반 기업들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이에 따라 개별 공기업 특성과 경제현실에 걸맞는 개혁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혁의지 후퇴」와 「헐값 매각」사이의 딜레마 정부가 내세운 공기업 개혁의 핵심은 민영화 또는 해외매각. 그러나 주요 일정이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상반기까지 산업은행이 보유한 정부지분 9.84%를 해외 매각, 민영화일정을 밟기로 했던 포항제철 민영화작업도 6월 매각 실패로 9월로 연기됐다. 한국중공업도 일정이 상반기에서 9월로 연기된 상태. 대표적인 부실공기업으로 청산대상인 한국종합화학의 처리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의 해외 주식예탁증서 발행도 연기됐고 한국통신의 정부지분 축소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의 기본입장은 헐값에 공기업을 팔아넘길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개혁 일정을 마냥 연기하자니 개혁의지 퇴색이라는 비난에 고민을 거듭중이다. 증시상황이 호전돼 공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한 정부가 딜레마에서 빠져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공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이 매각을 주저하는 것도 매각일정 지연의 또다른 이유. 공기업 H사의 기업공개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들은 공모가를 1만원선으로 제시했으나 은행들의 장부에는 1만7천원으로 잡혀 있다. 은행이외 대주주인 한 회사에서 잡고 있는 이 회사 주식의 장부가격은 7,000원.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부가를 부풀려 계상한 것이다. ◇발목잡는 정치권 정치권도 공기업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13총선에서 정치권으로부터 불거져 나온 국부유출론은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내 공기업 지분 인수를 주춤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산대상인 부실공기업을 계속 유지해달라는 정치권의 압력도 줄 잇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낙하산 인사. 올들어서만 주요공기업, 산하단체 요직이 18명의 낙하산 인사로 메워졌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정치권 인사에서 밀려난 여권과 특정지역 인사들의 자리보전용으로 공기업이 활용되는 구태가 되풀이되는 한 공기업 개혁의 추진력과 설득력도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 입력시간 2000/08/08 21:5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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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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