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쿨러에서 뿜어 나오는 하얀 물줄기가 워터 컬러를 안고 필드위에 내려 앉는다.봄과 여름사이. 제법 더운 탓인지 종아리에 와서 튕기는 물방울이, 또 그늘이 좋은 때다. 이런 요즘, 너다섯시간 걸리는 18홀의 라운드후 또 다른 즐거움으론 더위와 피로감을 해결해 주는 락커룸에서의 샤워하는 시간을 빼놓을 수 없을 것같다. 그러나 그 즐거움 전에 생각해 볼 일이 하나 있다.
「물을 아껴 씁시다.」
어느 골프장의 락커룸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너무나 익숙한,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을 왜 표어로 만들어 붙여 놓았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런 현장들을 거의 매번 목격한다. 물을 틀어 놓은채로 몸에 비누칠을 하는 사람, 물을 틀어 놓은 채 양치하는 사람, 콸콸 쏟아지는 물을 그대로 둔채 샴푸를 하는 사람, 심지어는 물을 틀어 놓은채로 그냥 나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모두가 고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무관심할 뿐이다.
그 오염되지 않은 산과 숲속의 지하에서 솟어오른 골프장 락커의 물은 도심의 어떤 물보다도 수질이 좋다고 하는데 그 아까운 물이 우리의 부주의로, 또 무관심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꼭지에서는 분당 25리터의 물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409리터, 프랑스의 214리터나 영국의 276리터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물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리비아와 모로코 등 7개 나라와 함게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
유엔은 오는 2025년에는 세계 34개국이 물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전문가들은 오는 21세기가 국가간의 물의 전쟁시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이지 물부족으로 시간제 급수를 하거나 제한된 용량만을 쓰게 한다면…
물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물은 우리의 여유며 레저다. 또 인간의 즐거움이며 번영이고 생명이다.
자연을, 환경을 사랑하는 자만이 골프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했던가.
18홀을 돌면서 골프 타수를 아끼듯 19홀에서도 물을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