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선주자들의 경제해법/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시론)

◎「시장원리」 천명만으론 미흡… 현실적 대안을○원론적내용이 대부분 최근 각당의 대선예비주자들이 잇따라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집권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예비주자들의 경제관을 살펴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몇몇 특징 및 아쉬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두드러지는 점은 거의 모든 대선예비주자들이 경제 현황에 대한 인식, 나아가 경제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현경제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현재의 경제난의 원인으로서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경제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일반 국민들도 이미 숙지하고 있는 사실로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듣고 싶었던 것은 현상 설명보다 이의 해법이었는데 거의 모든 주자들이 내세운 해법의 대원칙은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의 지배가 사라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탄력적인 노동시장, 중앙은행의 독립, 은행인사권의 자율성 보장, 산업정책과 대재벌정책의 과감한 포기 내지는 수정, 순수한 경제활동을 왜곡시키는 각종 캠페인의 지양 등 수많은 난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세계화­정부주도총돌 이같은 난제들은 모두 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또한 기존 이해집단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사항들로서 강한 의지가 없이는 시행하기 어렵다. 과연 대선예비주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겠다는 두루뭉실형의 원론적인 대답만으로는 어쩐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원론에 비하여 각론의 제시가 미약하다는 아쉬움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몇몇 대선예비주자들이 제시하는 각론들은 「시장의 원리」에 충실하겠다는 원론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제수지적자의 개선을 위하여 수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다 개방화된 경제를 추구하는 세계화의 이념과 상충된다. ○자원흐름 왜곡우려 더욱이 이러한 수입억제의 수단으로 소비절약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발상은 아직도 한국경제를 순수한 시장의 힘이 아닌 정부의 구호성 캠페인에 의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70년대식의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국제수지적자가 문제이며 과소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으나 이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정책이 국제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위적인 수입억제와 정부주도의 캠페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몇몇 주자들은 현재 여려움에 처해있는 기업의 부도를 방지키 위하여 정부의 단기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구조조정과 규제완화를 통하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원론과 상충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계기업들의 도산은 필연적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자원의 보다 효율적인 분배를 가능케 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규제완화는 진입규제뿐 아니라 퇴출규제의 완화를 포함하고 있다. 어차피 부도날 상황에 처해있는 기업을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살리려고 한다면,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자원의 흐름을 더욱 왜곡시킬 것이다. ○만능해결책은 불가능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때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백화점식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시경제의 3대지표라고 할 수 있는 성장, 물가 그리고 국제수지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란 존재치 않는다. 결국 경제정책의 책임자는 각종 경제지표들 중에서 어느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각 대선예비주자들은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기보다는 성장, 물가, 국제수지 중 어느 것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보다 현실성있고 진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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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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