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수요층 안 겹쳐" 매장 대형화로 승부

이케아 상륙 100일… 반격 나서는 국내 가구업체

이케아 '중저가' 국내 '프리미엄' 상륙 후 실적에 별다른 영향 없어

한샘·까사미아·현대리바트 등 매장 대형화 통한 차별화 주력

취약점 생활용품 대폭 강화… 고객 접점 늘려 매출확대 나서

1,785㎡ 규모의 까사미아 울산점이 가구는 물론 생활용품까지 갖춰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까사미아 울산점은 전국 대리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사진제공=까사미아

이케아가 국내에 매장을 개장한 지 100일이 되면서 국내 가구 업체들이 서서히 반격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형 가구업체들은 이케아와 수요자 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가격 출혈 경쟁보다는 매장 대형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5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009240)과 까사미아, 현대리바트(079430) 등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은 최근 매장 대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1위인 한샘의 경우 서울 강북 지역과 대구 도심 지역에 5,000~6,600㎡의 초대형 플래그 숍(점포군을 대표하는 지점)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또 평균적으로 165㎡ 규모의 전국 200여개의 부엌 전문 대리점 가운데 20여개 지점을 3~4배로 확장할 계획이다. 500㎡ 규모의 인테리어 가구 대리점 80여개 중 35개 매장은 이미 2~3배로 확장했고 대형 인테리어 가구대리점을 50여개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한샘이 가구 매장을 대형화하는 이유는 기존 대리점에 생활용품 매장을 추가해 고객들의 매장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구보다 구매 빈도가 높은 생활용품을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 고객들에게 가구를 자주 선보여 구매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한샘 관계자는 "가구 매장에 생활용품 판매장을 추가하게 되면 고객들이 수시로 가구 매장에 들러 가구에 대한 구매 욕구를 높일 수 있는데다 경험적으로 고객들은 대부분의 제품을 볼 수 있는 대형매장에서 구매율이 높아진다"며 "매장 대형화를 통해 매출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돼 고객들에게 더 싼 값에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까사미아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대리점을 대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작했다. 까사미아는 올 3월까지 울산·포항·김해·진주·마산 등 총 6개 대리점을 확장했고 앞으로 8~10개 대리점에 대한 추가 확장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매장당 평균 270~300㎡ 수준으로 면적을 넓히고 있다.

관련기사



까사미아는 직영점에서만 운영되던 자사 레스토랑인 '까사밀'도 일부 대리점에서 운영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 이케아 근처에 총 대지 2,219.8㎡ 규모의 까사미아 비즈니스호텔도 짓기로 했다. 오는 6월 착공에 들어간다. 이 호텔 내부는 까사미아의 가구와 욕실용품, 생활소품들로 채워져 호텔 방이 하나의 쇼룸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어서 투숙하는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까사미아 가구에 대한 홍보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리바트 역시 전국 도심 지역에 1,000㎡ 규모의 10여개 대형 매장을 새로 오픈해 영업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8월 영업면적 3,000㎡ 리바트스타일숍 용산아이파크몰점을 개장했고 1,000㎡ 규모의 대형 매장 9곳을 포함해 30곳에 새로 매장을 열었다. 현대리바트의 매장 대형화 전략 역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2013년 현대백화점 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기업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이처럼 국내 가구업체들이 매장을 대형화하는 것은 27일로 이케아가 국내에 상륙한 지 100일이 되면서 수요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케아는 중저가의 실속 상품이 중심이고 국내 업체들의 제품은 프리미엄 상품 위주다. 이 때문에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케아 상륙이 국내 업체들의 실적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케아 광명점이 들어선 이후 한샘의 사업부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샘에 따르면 올해 2월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2월 대비 10% 이상 늘었고 올해 1월과 비교해도 10% 이상 성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한샘 광명점 매출도 10%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국내 가구업체들은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하에 대형화를 통해 차별화를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국내 가구업계는 대형화된 매장을 이용해 그 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생활용품 쪽을 강화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생활용품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 가구 매출도 자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경우 생활용품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반면 한샘 등 주요 국내 가구업계의 생활용품 매출 비중은 10% 이하인 실정이어서 생활용품이 앞으로 국내 가구업계의 성장 동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강광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