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황장엽 입국 이후/남북관계·대선 등에 미묘한 파장

◎북 핵무기 존재여부·1급정보 등 촉각/정부 “4자회담 진전,변수없다” 낙관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서울 안착은 향후 4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경협을 포함한 남북관계는 물론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판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전 비서가 북한 핵무기 존재설과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배치현황, 김일성 사망경위, 조총련의 활동전모 등 남북한과 주변 강대국들에 민감한 정보들을 털어놓을 경우 한반도 주변정세는 다시 한번 긴장국면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북한은 현대판 봉건주의, 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적 체제』라면서 『사회주의 지상낙원을 건설해 놓았다고 호언장담하던 나라가 빌어먹는 나라로 전락됐다』고 북한체제를 신랄히 비판한 황 전 비서의 향후 행보도 북한 최고권력층의 심사를 뒤틀리게 할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권은 황 전 비서가 남한 기업인에게 『(남한)권력 깊숙한 곳에 이 곳(북한) 사람이 박혀 있다』고 발언한 바 있어 대선을 앞둔 여권이 「황장엽 리스트」를 흘리면서 색깔논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당장 지난 18일 열기로 했던 뉴욕 3자설명회 후속협의를 두 차례나 일방적으로 미뤘다. 북측 대표단은 4자회담 예비회담 개최시한을 제시하라는 한미 양국의 요구에 대한 평양당국의 훈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전문가들은 황 전 비서의 서울도착을 지켜본뒤 입장을 밝히자는 전술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황 전 비서의 한국 입국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돌발변수만 없다면 북한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실속없는 가시밭길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이 당면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의 식량지원과 경협확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와 아시아개발은행(ADB)가입을 통한 차관도입 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남북한간의 파국을 막아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권력승계를 앞둔 김정일이 대미, 대중관계 악화를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관계와 4자회담이 황 전 비서 망명이후 오히려 급진전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남북한과 미국간에는 황 전 비서 망명이후 대북 식량지원과 4자회담 설명회 개최 등 오히려 이전보다 관계개선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북한의 ADB 가입을 적극 지지한다고 천명했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부지조사단과 실무협의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등 경수로사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북한도 김정일의 권력승계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원조를 받아내기 위해 이같은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도 황 전 비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 전 비서를 신문하거나 함께 토론을 벌일 정부관계자와 민간전문가들로부터 보안각서도 받을 계획이다.<임웅재> □황장엽 망명 사건일지 ▲97.2.11=황장엽 비서,일본 동경에서 열린 국제주체사상연구소 주최 국제세미나 참석후 귀국길에 북경 도착. ▲97.2.12=황비서,북한 여광무역총공사 김덕홍 사장과 함께 주중한국대사관영사부에 한국망명 요청. ▲97.2.15=이한영씨 피격사건 발생. 정종욱 주중대사, 당가선 중국외교부 부부장 면담. 당부부장, 공안당국 조사가 끝나면 황의 자유의사 확인절차 밟겠다고 밝힘. ▲97.2.17=북한 외교부 대변인,『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담화 발표. ▲97.25.18=중국 외교부 대변인, 정례 뉴스브리핑에서 『각 유관측이 대국적인 견지에서 타당한 해결방법을 찾아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 발표. ▲97.2.19=정 주중대사, 당 중국외교부부부장과 접촉. 중국측, 황비서의 3국 경유 한국행 원칙적인 동의의사 표명과 이번 사건의 정치적 이용 방지 요청. ▲97.2.20=등소평 사망 발표. 정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6백만달러 대북식량지원계획 발표. ▲97.3.5=4자회담 공동설명회 개최(뉴욕). ▲97.3.12=한중, 제3국 경유한 황비서 신병처리 문제에 일괄합의후 북경 출발시기 조정. ▲97.3.18=황비서 북경 출발 및 필리핀 도착. ▲97.4.5=남·북·미, 제2차 4자회담 실무협의(뉴욕). 북한측 「공동설명회후속회의」 공식 제의. ▲97.4.20=황비서,필리핀 출발 및 서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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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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