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현대·기아자동차가 큰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에서 경쟁자인 폭스바겐이 '기만행위'로 이미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현대·기아차에 마냥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였던 고연비 디젤 차량 개발 전략을 전면 수정해 친환경차 개발을 강화해야 하는 점은 현대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단 당장의 판매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 반사이익 말고도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디젤 차량을 거의 판매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는 '투싼' '스포티지' '카니발' 등 주요 차량이 디젤 엔진을 달고 나오지만 미국에서는 가솔린 모델만 판다.
이에 따라 이번 미국 EPA 조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폭스바겐의 이미지 타격으로 당장 오는 10월 미국 출시를 앞둔 기아차의 신형 'K5'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쟁 모델로 평가되는 폭스바겐의 '파사트'는 이번 배출가스 사태로 미국 내 판매가 중단됐다. 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의 SUV 모델이 반사이익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은 '스포티지'와 함께 유럽 시장 2~3위 모델이다. 내년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 스포티지와 티구안이 맞붙을 예정인데 폭스바겐의 이미지 실추가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장기 측면에서 보면 상황이 다소 달라진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고연비 디젤 세단에 주력하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주력 차종이 세단이다. RV 열풍 속에서 SUV 등 레저용 라인업 확대보다 고연비 디젤 세단 개발에 주력해왔다. 신형 '아반떼' 디젤의 연비가 ℓ당 18.4km를 기록하는 것도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클린 디젤'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과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을 양산하고 있다. 올 11월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AE'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쏘울' EV 모델을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도요타나 프랑스 르노 등 친환경 차량을 대표하는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는 아직 친환경 기술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이 2019년 전기차인 '애플카'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불안요소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 사태로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이에 맞는 적절한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