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에 관한 논문 쓴 첫 한국인<br>메이지大 정치학 박사 박준상씨
| 박준상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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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아직도 천황이 다스리는 나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을 알기 위해 천황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 명문사립 메이지(明治)대학에서 천황제에 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준상(40)씨는 일본의 천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박씨는 “일본 천황은 신권만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일본 헌법을 면밀히 살펴보면 아직도 천황에게 정치적 권한이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천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지식인으로 일본에서 천황제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다. 박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근대 일본에 있어서의 천황제 국가의 형성과 조선 식민지 지배의 정치사상사적 연구’.
박씨는 캐나다에서 유학을 마치고 일본 유학을 결심, 92년 단돈 3만엔을 들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접시닦이, 신문배달 등 갖은 고생 끝에 메이지대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씨는 일본 유학 동기에 대해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차별적 시선 속에서도 일본인만은 예외였다”며 “유학시절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본 사회 중심에 있는 천황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천황제를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숱한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천황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일본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메이지대 정치학과 석사과정에 수석으로 합격했으나 일본인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혀 입학이 취소됐다. 천황제 연구는 외국인이 하기엔 너무 어렵다는 게 그 이유.
아나다(穴田) 메이지대 정치학연구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청강생 신분으로 연구를 시작한 박씨는 1년 뒤 정식 입학 허가와 함께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 후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일본 원로 정치인 모임인 ‘사쿠라다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았으며 2003년 메이지대에서 정치학 박사가 됐다.
박씨는 “한일 양국이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한 천황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현재 일본에서 정치평론가이자 냉면업체 청수식품의 일본지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