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 톱 디자이너 3인이 바라본 '명품 열풍'

●박윤수 "명품은 한국 스스로 만든 조어" <br>●송지오 "짝퉁 제조국 오명부터 벗어나야"<br>●장광효 "자신만의 스타일에 자신감 갖길"

박윤수

송지오

장광효

박윤수, 송지오, 장광효. 한국의 최정상 패션 디자인너들이다. 지난 22일까지 열린 '2011 추계 서울패션위크'에서 국내 톱 디자이너들의 캣워크인'서울컬렉션'에 참여한 이들이 국내에서 과도하게 불고 있는 명품 열풍과 한국의 명품 브랜드 탄생을 위한 주장을서슴없이 쏟아 냈다. 1989년 미국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하며 글로벌 시장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박윤수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브랜드'빅 박 바이 박윤수'를 론칭하며 글로벌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박윤수는 23일 "명품은 한국이 스스로 만든 조어"라며 "이 말 자체가 우리 스스로 이런 하이패션 브랜드에 대해 조금은 굴욕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인들의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과시가 첫번째 이유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자 입장에서 국산 브랜드의 가치가 아직까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TV나 전자제품을 살 때 소니 보다는 삼성을 택하듯이 국산 제품이 충분히 프리미엄하다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1994년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가장 먼저 파리에 패션쇼를 연 해외파 장광효는 "한국인의 쇼핑 마인드도 높아진 국가 수준에 맞게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대중성이 강화된 명품을 좇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머지않아 한국에도 명품과 SPA를 섞어 스타일링하는 실속파가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명품브랜드가 나오기 위한 조건에 대해 장광효는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디자인력은 이미 한국이 세계적으로 최정상권이지만 국력도 크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패션위크나 서울시가 선정하는 '텐소울'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의 패션업을 키우기 위한 지원이 한국 패션의 세계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남성복 브랜드 '송지오 옴므'로 뉴욕, 홍콩,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 대열에 합류한 송지오는 올 하반기부터 미국 시애틀과 싱가포르, 영국을 포함한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는 "명품 시장의 발전은 글로벌 세계 시장의 트렌드이고 한국 경제 규모가 세계적인 수준에 달한 만큼 현재의 명품 열광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단지 한국 문화에 대한 소중한 가치 판단과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명품에 대한 과잉 욕구를 낳고 있다는 판단이다. 송지오는 "한국 브랜드가 명품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짝퉁'을 찍어내는 나라, 고가 명품에 열광하는 나라라는 부끄러운 딱지를 떼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 심리를 버리고 디자이너, 제조업체, 유통업체 자체가 정당하고 당당한 디자인 경쟁을 하는 기본 근간부터 세워야 할 것"이라며 "최근 대중 패션 브랜드의 옷 대부분이 구찌,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디자인"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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