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IMF 1년- 평가와 과제

미국의 저명한 교수 한 분은 우리의 「IMF 사태」를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에 비유한 바 있다.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창피스러운 비유가 오늘의 우리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그 원인 및 수습 방안 등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음주운전사고는 결코 단순한 우연의 사고가 아니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무모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책임은 동조, 방관, 묵인한 동승자들에게도 공동으로 부과된다. 음주운전사고는 또한 대형사고이기 마련이어서 피해정도와 범위는 매우 크다. 따라서 피해복구에는 그만큼 많은 비용과 시일이 소요된다. 음주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들까지도 철저한 자기혁신이 요구되며, 보다 철저한 감시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음주운전 사고의 재발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IMF 사태 직후 응급처방과 원인분석에 초점을 두었던 우리의 노력과 관심은 경제재건을 위한 각종 구조적 조치들로 이어져 왔다. 극히 당연한 사고의 수습 과정이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에 입각할 때 향후의 경제상황이 우리의 예측과 희망대로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각 부문별 구조개혁을 포함한 각종 경제개혁 조치들이 이루어지는 정도와 속도에 입각할 때, 내년도 후반기에 가면 경제가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일반적 기대가 그대로 실현될 것으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IMF 사태 이후 경제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그간의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다. 지난 해 우리 정부가 IMF 당국과 금년도 경제운용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양측이 합의 예상한 금년도 경제 성장률은 3%였다. 그러나 그것은 금년에 들어서자마자 마이너스 1%로 하향 조정된 후 7월에는마이너스 4%로 대폭 재조정되었으며, 후반기 들어서는 마이너스 6%로 굳어졌다.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경제 흐름에 대한 예상을 이처럼 크게 빗나가게 한 주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IMF 당국이 연초에 강조한 고금리 정책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피해를 낳은 것이 우리가 저지른 음주운전 사고의 실상이기 때문인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음주운전 사고의 실상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그의 수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생산기반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각종 구조조정으로 집약되어 온 개혁정책이 시행 1년도 못되어 급기야 「경기 부양하의 구조조정」으로 바뀐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적 비용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IMF 사태 1년에 이른 현 시점에서 경제재건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지불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할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며 향후의 경제상황은 바로 이러한 결정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현 사태의 실상은 물론 과거의 구조조정 실패 경험 등에 입각할 때, 상당기 간 동안 구조조정 등 각종 구조적 개혁에 맞추어야 할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기부양과 구조조정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 변화이다. 극히 단기적으로는 경제개혁과 경기부양간에 존재할 수 있는 상충성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 사회적 각종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우 양자간의 상충성은 현재화될 것이다. 국민총생산의 수입의존도가 40%에 육박하고 수입의 90%가 원료, 부품 및 기계류인 우리 경제가 내수진작에 의한 경제활성화를 꾀할 때 그것이 수입수요의 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수출증대를 수반하지 않는 일체의 경기회복은 오직 경상수지 악화만을 대가로 한 것으로서, 급기야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구조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협할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는 금년도수준의 절반정도인 200억 달러이다. 그러나 경상수지추이에 민감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을 의식한다면 금년도 수준의 80%인 290억 달러는 되어야 한다. 경기부양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엄격한 제약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환율안정의 최대요인은 경상수지흑자로서 우리경제를 이 정도라도 받쳐주고 있는 최대 지주인 것이다. 비록 현재의 흑자가 주로 수입감소에 의한 것일지라도 급격한 흑자 감소추이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심각한 불안요소임에 틀림없다. 금리와 환율이 안정되고 제조업가동률이 다소 높아지고 있으며 증시에 대한 외자유입이 늘고 있고 엔·달러 환율 등 국제환경이 호전되고 있어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본격화되어야 할 비금융부문의 구조개혁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 정치적 개혁은 물론 음주운전 사고의 공동책임자들인 우리 모두의 의식개혁 등 산적한 과제들을 고려할때 지금은 이들 몇몇 지표들의 그간 움직임에 너무 집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朴振根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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