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성장가도 선택인가… 타이타닉호 승선인가…

"교역 늘며 성장" "경제 부담 가중" <br>정부 "경제규모 키우려면 서유럽과 협력 불가피"<br>전문가들 "자금조달 비용 낮추기 힘들 것" 우려


'경제 영역 확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 아니면 타이타닉 호에 탑승한 어리석은 선택인가. '발트의 호랑이' 에스토니아가 재정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유로 존에 새해부터 합류하면서 유로존 가입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유로화 도입은 대 유럽연합(EU) 의존도가 높은 에스토니아의 경제 영역을 넓히고 통화 안정에 따른 이점이 높아 발트의 호랑이에 날개를 날 것이라는 옹호론이 있다. 반면 재정 위기로 불안 불안한 유로존 체제에 굳이 편입해 쓸데없는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향후 경제 상황은 폴란드와 헝가리ㆍ체코 등 EU의 동유럽 국가의 유로존 가입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에스토니아의 선택 결과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의 지난해 1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로화 도입에 대한 지지비율이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등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정부는 "전체 무역량의 80%를 차지하는 EU와의 교역증대와 통화안정을 통한 외자유치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유로존 가입을 밀어붙였다. 인구 130만 명의 에스토니아 경제 규모는 유로 존의 0.2% 불과하고 유럽 의존도가 높아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유로 존 가입을 통한 서유럽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로이터통신은 "에스토니아 정부는 자국통화(크룬)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제거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러들이고 자금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했지만 아직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EU 가입과 2011년 유로화 도입 등 일련의 서유럽 편입 정책을 통해 탈(脫)러시아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과 국민들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에스토니아가 유로존 가입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지만 현재 유로존은 붕괴까지 거론되는 마당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단지 유로존 편입만으로 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스토니아는 또 지난 1991년 독립 이후 독일 마르크화에, 2004년 EU가입 이후에는 유로화에 자국통화 가치를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시행해왔기 때문에 굳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도 크룬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유로존 가입에 따라 현재 4,400억 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는 8억 유로를 출연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다. 유로전 재정 위기가 악화로 구제금융의 증액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분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에스토니아 경제는 2000년대 들어 10% 이상의 초고속 성장세를 구가, '발트의 호랑이'로 칭송 받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008년 1.8% 성장한 뒤 2009년 마이너스13.9%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에스토니아는 유로 존 가입의 조건인 재정건전성 비율(GDP) 대비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비율 각각 3%ㆍ 60%)을 맞추기 위해 공무원 임금 감축 등 긴축 정책을 강행했다. 에스토니아서 반(反)유로존 운동을 펼치고 있는 안티 풀라메츠 변호사는 "우리는 유로존 가입을 위해 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가입을 하니) 이제는 책임 없는 국가들을 도와주는 데 돈을 쓰게 생겼다"며 "에스토니아여, 타이타닉 탑승을 환영한다"라고 비꼬았다. 에스토니아의 유로존 가입은 옛 동구권 국가로는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에 이어 세 번째이다. 하지만 폴란드와 체코 등 동구권은 유로존 가입을 유보해 둔 상태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발틱 국가 및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동구권 국가들은 EU가입에 따른 조건으로 유로화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언제'까지라는 기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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