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채권시장의 지표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은행들이 지급준비금 관리에 나서며 단기 자금시장이 정부의 통화량 조절 정책에 적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통화정책 부담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당초 우려와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며 채권시장에 우호적인 의회 증언을 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채권 시장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국채선물을 순매도하던 외국인이 순매수세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금리하락폭을 키웠다. 단기 자금시장에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며 주 후반 콜금리가 매우 높게 형성되었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신축적인 통화공급 기대감이 반영돼 지표금리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마찰적 교란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였던 CD 순발행 물량도 감소됐다.
이처럼 지표금리가 많이 내려왔고 각각의 만기간 금리 스프레드 부담도 다시 커졌지만 설 연휴 이후에도 채권시장은 하향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금통위 이후 단기간내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며 투자심리의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면서 미 국채금리가 하향안정세 방향으로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국채선물 매수세도 채권 매수심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단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통화정책 불안감 재확대 등 채권시장의 추가적인 불안요인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다소 가변적 요소가 있다면 설 자금 등으로 방출됐던 유동성을 통화당국이 흡수할 지 여부와 오는 22일 은행권 지준 마감 등에 따른 단기 자금시장의 여건이다.
추석, 설 등 계절적 자금수요로 방출된 자금들이 통상 연휴 이후에는 금융권으로 시차를 두고 점차 환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급격하고 인위적인 통화환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설 연휴 직후 지준 마감 요인이 있어 은행권의 자금사정이 원활치 못할 경우 단기 자금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교란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내수 등 경기여건을 그리 낙관만은 할 수 없는데다 한은의 통화량 규제 이후 대출증가세가 둔화되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도 약화되고 있어 통화긴축의 강도가 추가로 심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스프레드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국고채 10년물의 입찰이 있지만 장기 기관투자가들의 고정적 수요를 감안할 때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지표들의 부담이 아직은 추세적으로 크지 않고 단기 자금시장에 대해 내성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