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이 사람]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판 글 게재…입법통한 사법개혁 촉구


최근 법원의 주요 뉴스는 법관이 내리는 선고가 아니라 법관 그 자신이었다. 서울중앙지법 정영진 부장판사(사진ㆍ49)는 사흘 연속 법원 내부통신망에 대법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데다 26일에는 자신을 비판한 최재천 의원에 대한 반박글을 올려 법원 출입 기자들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입법을 통한 사법개혁을 촉구하는 한편 탈루 의혹 등에 대한 대법원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그의 글은 네티즌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때 키워드 ‘정영진’이 네이버 검색순위 상위에 랭크 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 이전에는 비교적 ‘판결로만 말하는 판사’에 속했다. 지난 2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적재산권 전담부의 수장이기도 했던 그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판례가 될만한 판결들을 내려왔다. 최근 JEPG 파일 기술을 둘러싸고 LG전자, 팬택계열과 필립스사 간의 수백억원대 소송에서 국내 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바도 있다. 그는 또 소문난 ‘벙커 부장 판사’이기도 하다. 벙커 부장판사란 배석판사들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키는 판사를 일컫는 법원내 은어다. 골프장의 벙커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어 기피대상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그는 배석판사들이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할 만큼 일을 많이 시켰으며 본인 역시 워커홀릭이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엔 ‘작정하고’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향해 비판의 칼을 들이댔다. 그것도 상당히 직선적이고 원색적인 방법으로. 판사들이 이따금씩 내부통신망에 글을 게재한 이후에는 함구하는 것과는 달리 정 부장판사는 자신의 뜻을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는 “사법부가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이 자신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어물쩍 넘어간다면 사법부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의 이런 행동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인사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법개혁과 관련해 대외적인 언급이 없던 그가 인사 직후 ‘돌출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물론 정 판사는 “사법개혁에 대한 충심에서 한 일을 곡해 말라“는 입장이다. 그의 기고가 과연 충심어린 내부 비판이었는지 불만에서 비롯된 일회성 돌출 행동이었는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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