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G2, 출구전략 싸고 G20회의서 한판 붙나

"누출효과 고려해야" 중, 잇따라 미 압박<br>브릭스기금 조성 등 공동대응책도 모색


세계 최대 경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미국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매월 850억달러어치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며 출구전략을 본격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로 신흥국 시장에 몰렸던 막대한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면서 인도 등 신흥국의 외환·주식·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현재 신흥국들은 충격완화를 위해 보다 신중한 출구전략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의 '맏형'격인 중국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출구전략이 전세계 경제에 미칠 누출효과(spill-over effect)를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G20회의를 앞두고 이어지는 이들의 발언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국과 한판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27일 "우리는 미국 경기의 점진적 회복세를 환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은 기축통화 발행국으로서 통화정책이 전세계에 미칠 누출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특히 출구전략의 타이밍과 리듬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선진국이 보다 책임 있는 경제정책을 구사하기 바라며 (출구전략이) 구상단계에 있더라도 (미국은) 다른 국가와 보다 긴밀히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이강 부총재도 "G20 회의에서 통화정책 분야의 초점은 출구전략이 신흥시장에 미칠 자본유출·환율압박 등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성라이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 역시 "연준은 출구전략을 검토할 때 미국뿐 아니라 신흥국의 이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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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멕시코 등에 이어 중국이 연준의 출구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양적완화 축소가 중국의 하반기 경기둔화세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가 중국 내 자본이탈 및 수출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칫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7.5%)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 부실채무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돈풀기와 같은 인위적 경기부양을 자제하겠다고 강조한 중국 입장에서는 양적완화 축소가 더욱 달갑지 않다.

다만 인도ㆍ인도네시아 등과 달리 중국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밍가오셴 씨티그룹 중국 부문 이코노미스트도 "세계 최고인 중국의 외환보유액(3조5,000억달러)과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하면 중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해 신흥국의 입장을 배려하도록 미국을 압박함과 동시에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공동 대응책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브릭스(BRICS·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은 최근 1,000억달러에 달하는 브릭스 비상기금 조성안의 구체적인 윤곽에 합의했다. 이 부총재에 따르면 중국이 50% 가까이 출자하는 이 기금은 브릭스 국가들이 급격한 외환유출 사태에 대비해 3월부터 추진해온 것으로 각국 정상들은 G20 회의에서 기금의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환구시보가 전했다. 자오시준 중국 인민대 교수는 "새 기금은 브릭스 국가의 금융안정성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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