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벌총수의 은둔/산업1부 이의춘 기자(기자의 눈)

재벌총수들이 꽁꽁 숨어있다.전경련회장단 등 대외모임은 물론 내부사장단회의나 임원회의를 주재하는 것조차 요즘은 거의 없다. 재계본산인 전경련 최종현 회장은 대외행사에 거의 불참하고 손병두부회장이 대신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최회장은 24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 모임에 재계수장으로 참석했지만 대외행보를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건희 삼성·정몽구 현대·구본무 LG그룹회장 등의 동정도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들이 동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오너들이 바짝 엎드리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경제위기를 가져온 원인제공자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선단식경영과 차입경영으로 부도사태와 대외신용도 추락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실련 등이 재벌해체와 총수퇴진까지 주장하는 것도 이들의 운신폭을 좁게 만들고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죄인이 어떻게 나설 수 있느냐』고 상황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국가부도위기는 경제실정과 정책실기가 크지만 상당부분 재벌들의 과도한 빚경영 등에도 책임이 있다. 국민들은 이런 점에서 재벌의 체질개선과 경영패러다임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총수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해서 장기간 은둔케 하면 경제회복에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열쇠인 수출 및 투자활성화는 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총수들이 경영의욕을 잃을 경우 달러확보와 수출증대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총수들의 경영의욕에 불씨를 지피고 경륜을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김당선자가 이날 경제단체장과 만나 수출확대와 달러외교를 당부한 것은 기업인의 사기진작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들은 세계 곳곳의 금융기관 및 선진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폭넓은 교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활용한 달러외교와 투자유치는 외환위기 극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 변신을 요구하되 해외에 폭넓은 파트너를 갖고 있는 경륜과 인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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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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