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수능과 SAT

한국에서 지난주에 수학능력시험 결과가 수험생들에게 통보됐다. 성적 통지표를 열어 보는 순간만큼 긴장되는 때가 어디 있을까. 올해는 수능시험이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바뀌었다는데 고3 수험생들이 얼마나 맘을 졸였을까 상상이 간다. 한 문제의 실수 때문에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 재수를 결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입시 제도의 변경에 따른 혼란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고초를 이루 말할 수 없다. 수능시험 하나만으로 대학입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수능이 대학 입시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이며, 수능시험만으로 입학이 가능한 대학도 여럿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험이 단 한 번의 평가로 학력의 차이를 판정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일까. 시험 당일 컨디션 상태와 출제경향 등에 따른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3수험생들에게는 수능시험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수많은 수험생들은 수능실패로 재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수능시험의 응시기회를 늘리는 방안은 어떨까. 기자는 취재차 미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계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미국 대학을 겨냥해 SAT(대학입학자격시험)를 본 학생도 있었다. 한국 복귀예정 고교생들의 공통된 불만은 수능시험 응시기회가 단 한 번뿐 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SAT는 일년에 7번 치른다. 미 고교생들은 과거 시험결과를 첨부해야 하기 때문에 대게 2~3번 정도 본다고 한다. 자신이 원할 때 응시할 수 있고 2학년 때부터 미리 본다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식 제도가 우리에게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수능시험 모델이 SAT이고 보면 응시기회 확대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한국 교육당국에서는 수능시험 응시확대는 시험출제 및 관리, 기밀유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며 난색을 보인다. 그러나 그 비용이 얼마나 많은지 간에 재수생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는 더 많이 들 것 같지 않다. 수능시험 응시확대가 입시에 더 매달리게 할 것이라는 교육계의 지적은 설득력이 약하다. 대학 입시의 자율화와 수능시험 비중 축소가 전제되지 않는 한 수능시험의 중요성은 응시횟수에 상관없다. 토익이나 토플처럼 가벼운 맘으로 치르는 그저 그런 시험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공교육 정상화에 가까울 것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수능시험 응시확대 문제를 검토해보길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