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부모 '대리 봉사활동' 만연

"자녀 내신·공부를 위해서라면…"

주부 박모씨는 최근 경기도의 한 복지단체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평소 봉사활동과는 거리가 먼 박씨가 복지단체에 발걸음을 한 것은 아들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주기 위해서였다. 박씨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이 공부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마당에 봉사활동까지 다녀올 시간이 없다"며 "엄마 된 마음에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변모씨 역시 지난해 함께 운동을 하는 또래 주부들과 함께 하루 봉사활동을 한 뒤 학생인 딸의 이름으로 확인서를 받아왔다. 그는 "함께 가는 엄마들이 다들 아이들 앞으로 확인서를 받는다기에 나도 이왕이면 그렇게 하는 게 아이에게 좋을 것 같아서 확인서에 이름을 쓸 때 딸 아이 이름을 적었다"고 밝혔다. 21일 학생 및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자녀 이름으로 확인서를 받는 사례가 만연하면서 학생봉사의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권장하는 중학생 봉사활동 시간은 매년 18시간 이상. 이 중 10시간 이상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채우도록 되어 있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기관을 찾아가 봉사를 해야 한다. 중학생의 경우 봉사활동 점수가 내신에 반영이 되고, 고교 입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적어도 1년에 8시간 이상, 3년 동안 24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매년 20시간 이상(10시간 이상은 학교 교육과정으로)의 봉사활동 시간이 권장 사항이지만, 각 대학 신입생 모집 요강에서 봉사활동 점수의 반영 비율이나 요구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의무성'이 거의 없다. 각 교육청에서는 매년 3월 봉사활동 기관과 학생의 이름, 활동 시간 등을 기재해야 하는 봉사활동 확인서 예시 포맷을 일선 학교에 제시하고 있지만, 본인 확인 절차가 소홀한 일부 기관에서는 확인서의 이름과 봉사활동 시간만 기재하고 해당 기관의 직인을 찍어주거나 담당자 사인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고교 진학을 위한 시간 채우기' 봉사활동이 만연하고, 학부모들의 '대리 봉사활동'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봉사활동 기관 입장에서는 실제 봉사활동을 한 사람이 자녀 이름을 댔는지 알기 어렵고, 이를 확인하는 학교도 봉사활동 기관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봉사활동 확인 도장을 찍어줬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인 김모양은 "다들 공부하느라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몇몇 아이들은 부모님까지 동원해 편법 봉사활동을 한다"며 "그렇다고 선생님께 고자질할 수도 없어 억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아이들은 정말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 온다"며 "누구는 공부할 시간이 아깝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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