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시간제 일자리 정착되려면


정부가 최근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1만6,500명 정도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공공기관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9,000여명, 국공립학교에서 시간제 교사 3만5,000명을 채용하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6,000여명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민간 부문에서도 1만여명의 시간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트타임 양산' 매도는 지나쳐

그러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시간제 일자리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말만 바꾼 것으로 고용률 70%를 나쁜 일자리로 채우려는 비정규직 양산 계획이라며 '일자리는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위원장도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전언이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은 향후 보완이 필요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을 고용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무리한 정책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83만개의 시간제 일자리가 있는데 90% 이상이 임시 일용직이고 80% 이상이 30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 민간 부분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시간제 일자리들은 현재의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질 좋은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지금까지 여러 번의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위기 때마다 노사정이 한 목소리로 제시한 대책은 일자리 나누기였는데 그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 등 기존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계층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은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를 여러 사람이 나누는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으로 노동시장을 떠났던 보다 많은 여성인력들이 다시 반듯한 일자리를 가지고 육아 등 가사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질 일자리 위한 열린 시장 필요

우리나라의 맞벌이 가구비율은 1990년 16.1%에서 2012년 41.1%로 25%포인트 증가했는데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때 맞벌이 가구 비율이 보다 늘어날 것이다. 같은 기간 평균 가구원수는 4.2명에 3.5명으로 감소했는데 전체 가구의 소득측면에서 보면 반듯한 전일제 일자리와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로 이뤄진 맞벌이 부부가구의 경우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정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기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제 일자리가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질 나쁜 일자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히 노력하겠지만 정부나 대기업이 만드는 시간제 일자리뿐 아니라 현재의 시간제 일자리도 질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한 근원적인 대책은 열린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1980년대 기나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1990년대 세계경제가 회복됐을 때 미국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 반면 유럽은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등 고용창출 실적이 큰 차이가 났다. 경기 불황이 다시 왔을 때 정리해고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유럽의 고용주들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신규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일자리가 있는 것이 개인에게나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개개인이 역량 축척에 따라 상대적으로 질 나쁜 일자리에서 질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