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반값아파트 실패의 책임은?

‘반값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한때 국민의 기대를 받았던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실험이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으며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미분양의 이유는 간단했다. 반값아파트가 반값도 아니었고 군포 부곡이라는 입지 자체도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부는 반값도 아닌 반값아파트를 입지도 좋지 않은 지역에 지었을까. 정부는 애초부터 반값아파트에 대한 성공의지가 없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언론에서 반값아파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군포 부곡에 짓는 아파트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아파트이지 반값아파트가 아니다. 이런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만 봐도 이를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이런 건교부의 의지 부족은 곳곳에서 표현된다. 우선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된 건축비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의 3.3㎡당 표준 건축비가 350만원 선인데 군포 부곡지구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건축비는 450만원에 이른다. 택지 공급가격도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이 각각 90%와 110%로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편한 도로상황과 교통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군포 부곡은 수도권의 오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작 책임의 가장 큰 주체인 청와대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소위 반값 아파트는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나 주택ㆍ주거 복지 정책의 본류나 근간이 결코 아니라”며 “반값 아파트라는 표현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심지어 반값 아파트의 태동이 일부 시민단체와 국회의 ‘한건주의식 정책’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정치권의 뜻을 받아들여 반값 아파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집 없는 서민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수도권에서도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격이면 평생 집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다. 그러나 이제 정부를 더 이상 믿을 수도 없고 이미 올라버린 가격으로 내집 한 칸 장만하기 어려운 신세에 놓였다. 반값 아파트의 실패는 독단으로 가득한 부동산 정책과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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