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전직 대통령의 언행

그 발언의 당사자는 바로 스스로 문민대통령이라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金 전대통령은 부마항쟁 20주년을 기념키 위해 조성된 「부산민주공원」개원식 참석차 3일간 부산을 방문하며 가는 곳 마다 현정권의 비난과 함께 이같은 치기어린 언사로 일관했다고 한다. 지난달 민주산악회(민산) 재건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룬다고 발표한 후 대외적인 목소리를 낮춰온 그가 이날 자신의 고향에서 마치 한 달간 참았다는듯 말들을 한꺼번에 토해냈다.특히 金 대통령이 동석한 민주공원 개원식 행사에서도 그는 축사에서 金 대통령의 참석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정국을 『가짜, 사이비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사상 유례없는 부정타락선거가 될 것』이라는 둥『독재의 망령이 되살아 날 것』이라고 예단, 맹비난했다. 金 대통령이 치사 서두에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호칭하며 각별히 예우하고 부마 항쟁 당시 金 전 대통령의 공과를 높이 찬양했음에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의 언행이야말로 참으로 「정신나간 사람」의 그것과 다름없다. 그것은 바로 주최측이 이날 행사의 주된 목적중 하나인 「국민화합」에도 정면으로 배치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부산은 어찌됐든 金 전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손님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욱이 당초 준비했던 연설문에서 현정권을 맹비난한 한 페이지 내용이 완전 빠진 것과 관련, 「金 대통령을 의식해 톤다운 시킨 것이 아니겠느냐」는 기자들의 분석에 대해 『바람이 불어 한꺼번에 두 페이지를 넘겨 빠졌을 것』이라며 『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해명(?)」하는 모습에서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또 삼성자동차 공장을 방문해선 대통령을 3번이나 「정신나간 사람」으로 지칭했고, 야당시절 동지들과의 만찬 회동에선「역적」「용서할 수 없는 자」로까지 지목했다고 한다. 귀경 후에도 쏟아낸 金 전대통의 계속되는 언행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심정은 추운 날씨 만큼이나 마음이 허허롭다. 그가 대통령직에 있을 때 전임 대통령이 자신과 똑같은 언행을 했을 경우 과연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행동했을지가 자못 궁금해진다. 바깥 기온까지 뚝 떨어져 국민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 주초에 金 전대통령의 치기어린 언행이 낱낱이 언론에 보도됐다. 한 고위공무원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데도 그것이 착각인 줄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손으로 뽑았던 전직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련의 언행을 보노라면 『정말 우리 손으로 뽑은 우리의 지도자였던가?』하는 회한이 가슴에 쌓인다. 잘못된 지도자의 리더십은 많은 이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 넣는다. 바로 IMF와 같은 사태말이다. 아직도 많은 소시민들은 그 고통의 질곡에서 헤매고 있다. 그런 그들을 김빠지는 소리로 더 이상 춥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신정섭 생활건강부 차장SHIN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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