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銀 '덩치키우기' 경쟁…'IB인수=경쟁력' 환상은 금물

부실 커진곳 많아 인수후 경영리스크등 감안해야<br>국내기관 경쟁력 낮아 인수해도 인력이탈 불가피<br>네임밸류 의존말고 철저한 딜차원서 접근 바람직

우여곡절 끝에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협상이 중단된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IB) 인수를 통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번 협상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등에서 나오고 있다. 산은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리먼브러더스와의 투자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보다 정확한 부실규모 측정이 어렵고 양측의 제시한 가격이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재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리먼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서브프라임 등으로 인해 부실이 늘어난 세계적 IB들의 자본유치 시도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우리 금융기관들이 인수만 하면 IB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거나 상대방의 네임밸류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되고, 인수 후의 경영리스크 등을 감안한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왜 산은에 러브콜 보냈을까=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선 리먼이 산은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충격을 받았지만 국제 금융시장에서 몇 손가락에 꼽히는 세계적 IB가 굳이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었냐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한번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먼의 브랜드 가치라면 미국 내부에서도 충분히 탐낼 만한 대상이지만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며 “심지어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전주로 부상한 중동 국가의 국부펀드도 리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리먼’이라는 굴지의 IB 입장에서 금융 선진국에서 인수의사를 밝혀왔다면 한국에까지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기에는 리먼의 부실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금융인력으로 글로벌 IB의 재무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면서 “결국 해외 IB가 한국에까지 손길을 뻗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금융기관 인수 시에는 이 점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해외 IB 인수한다고 국내 은행 IB 될까=해외 IB 인수와 관련,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해외 IB와의 인수협상은 철저히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적어도 미국 국채 투자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때 해야 하고 론스타나 뉴브리지캐피털이 우리한테 했듯이 수익이 나면 언제든지 팔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철저하게 ‘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IB 인수의 큰 명분인 IB능력 업그레이드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예로 IB의 생명은 인력이다. 만약 외국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인수한다고 했을 때 기존 인력들이 그대로 남아 한국 금융기관을 위해 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IB인력들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날 여지가 다분하다. 실제 일본도 과거 미국 IB를 인수했지만 인력 등이 이탈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심지어 독일 도이체방크도 IB를 인수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수십년간 내수에 의존해 성장한 우리 금융기관은 더더욱 말할 것이 없다. 이 전문가는 “해외 IB인력 확보가 목표라면 굳이 리스크가 큰 IB 인수보다는 오히려 국내 금융인력들의 해외진출을 도울 수 있도록 투자를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 IB 인수가 필요하다. 단 인수하더라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한국식 형태로 해외 IB를 운영하게 될 경우 실패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즉 IB 인수 후 몇 년간은 독립경영 시스템을 유지하고, 그 뒤부터는 차근차근 업무를 배워나가는 등의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산은 외에도 우리금융 등 금융기관이 해외 금융기관 인수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전략이라면 해외 IB 등 금융기관 인수는 약이 아닌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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