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첨단업종의 공장증설 확대를 추진하려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에 밀려 당초 계획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내에서의 공장 신증설이 더욱 어려워져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수도권(여주) 공장을 늘리려던 KCC의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지식경제부는 12일 수도권 공장 규제가 덜한 첨단업종을 지금보다 16개 적은 142개 품목으로 축소한 내용을 담은 산업집적활성화법 시행규칙을 공포, 시행한다고 밝혔다. 첨단업종으로 지정되면 수도권 산업단지 외 개별입지에 있는 기존 공장의 증설범위가 확대되고 자연녹지 지역 등에서도 환경기준을 충족할 경우 공장 신설이 가능하다. 특히 지경부는 그동안 첨단업종 자격 기준으로 단순히 첨단성 여부만을 봤지만 앞으로는 실질적인 투자수요가 있고 수도권에서의 증설이나 자연녹지가 아니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첨단업종으로 지정, 수도권에서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기준강화'로 돌아선 것은 지자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지경부는 첨단업종의 품목을 현행 158개에서 265개로 크게 늘린다는 내용을 담은 산집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지자체들이 지방기업들의 수도권 이전으로 국토 균형발전 취지에서 어긋난다며 거세게 반대해 이번에 결국 지경부가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이번에 첨단업종으로 새로 추가된 9개 품목은 초고순도 질소가스와 바이오시밀러, 자동차용 섀시모듈 등이다. 반면 첨단성이 약화됐거나 수도권 입지의 필요성이 낮은 광케이블 제조업, 증기 및 가스터빈, 이동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 등 27개 품목은 제외됐다. 따라서 자동차 섀시모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는 5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 공장을 증설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번에 산업용 가스제조 외국인투자기업인 프렉스에어코리아의 용인공장 증설도 허용된다. 반면 이번에 자동차용 안전유리는 첨단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1조2,000억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을 계획해온 KCC의 투자계획은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