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강보험 35년만에 수술하나] 직장·지역가입자 구분 없애… 92.7%가 보험료 낮아져

차·주택 보험료 폐지… 부족한 건보 재원은 소비세 인상으로 확충<br>피부양자 제도 없애 무임승차도 차단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제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의 핵심은 직장ㆍ지역가입자의 구분을 없애고 근로소득 위주의 부과에서 '모든 소득'으로 부과 소득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시 고려되던 주택ㆍ자동차 항목 등에 대한 보험료 부과가 폐지됨으로써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건강보험 재원은 부가가치세 등의 소비세 인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보험료 부담 '모든 소득'으로 확대, 재산 부과는 폐지해=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돼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ㆍ재산(주택)ㆍ자동차 등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돼왔다.

하지만 이렇게 이원화된 부과체계는 건강보험료 부담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등의 문제가 발생돼왔다.

예를 들어 1주택을 소유한 직장가입자가 정년퇴임해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후에는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를 훨씬 더 많이 내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단은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소득에만 국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직장ㆍ지역가입자 구분 없이 자격을 통합 관리하고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시 고려되던 재산ㆍ자동차 등에 대한 부과부분을 폐지한 것이다. 대신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 범위는 기존 근로소득 위주에서 이자ㆍ배당ㆍ임대ㆍ양도ㆍ상속 등 모든 소득으로 확대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ㆍ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 폐지로 부족해질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해 소비세(부가가치세ㆍ개별소비세ㆍ주세 등)의 0.51%를 건강보험 재원으로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단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소득 파악이 불충분하므로 소비에 보험료를 부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으며 이미 일본과 벨기에 등에서는 소비세로 건강보험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임승차 논란이 많은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고 의료급여 수급자도 건강보험에서 통합 관리하는 안도 제시됐다.

◇92.7% 현재보다 건보료 부담 줄어=공단 측은 새로운 부과체계안이 도입될 경우 적용될 새 보험료율과 소비세 부담안에 대한 모의실험 결과도 발표했다.

공단은 직접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계산에 적용되는 요율을 현행 5.8%에서 5.5%로 낮추고 부가가치세 및 개별소비세ㆍ주세 등을 0.5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납부자들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총 32조6,537억원으로 올해 보험료 추계액인 35조5,758억원보다 2조9,000억원가량 줄어든다. 부족분은 소비세로 보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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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측은 이 같은 안을 적용할 경우 전체 세대의 92.7%의 보험료가 현행보다 적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주택 1채만을 보유한 채 소액의 연금만으로 살아가는 노인 세대,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실직자, 농어민 등으로 구성된 지역가입자의 97.9%가 보험료 인하를 경험할 것으로 추정했다.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가입자 역시 89.7%에 해당하는 세대는 보험료가 인하된다.

반면 직장가입자 중 근로소득 외 소득이 많은 10.3%와 지역가입자의 2.1%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또 현재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던 피부양자 214만명에게는 새롭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소득 파악 전제돼야=이날 토론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단 측이 그동안 형평성ㆍ공정성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켜왔던 현행 부과체계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뒀다.

하지만 '소득 중심의 단일화 방안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지만 소득 파악 향상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용이 힘들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재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소득파악률이 근로자는 80% 이상, 자영업자는 50%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결국 직장가입자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건강보험료의 직장가입률이 79.4%에 이를 정도로 현재도 직장가입자의 부담률이 높은데 여기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세율을 0.51%포인트 높이고 그 세원을 건강보험 재원으로 보충하는 안에 대해서는 '다소 안일한 방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도 필수품 소비는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등의 소비세를 올리는 방식은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역진성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역시 "조세 인상과 세금의 사용 등에 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로 공단 측이 건보 재정 안정화를 위해 제시할 만한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공단의 제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공단이 제안해온 상황에 대해 천천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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