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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껌을 짝짝 씹다가 껌으로 풍선을 만들고는 싸디싼 표정으로 남성들을 향해 미소를 흘린다.
#2. 나이트 죽순이가 돼 정신 없이 몸을 흔들어 대다가 무대 위에서 사라진다. 술에 취해도 화장만큼은 깨끗하게 지우고 자는 게 원칙이지만 클레징과 로숀을 혼돈해 로숀을 얼굴에 잔뜩 발라 떡진 화장을 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3. “겨드랑이 쪽은 안 다리니?” “그럼 똥 쌀 건데 밥은 왜 먹니?” 엘리베이터걸들의 맏언니로 무서운 언니 포스를 쫙쫙 뿜어낸다.
#4. 바른 말 하다가 회사 부장에게 찍혀 점심 시간도 없이 하루 종일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하다가 손수건에 몰래 싸온 달걀을 깨서 엘리베이터 CCTV가 잡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옮겨 달걀을 한 입에 집어넣고 목이 메자 침을 만들어서 꾸역꾸역 삼킨다. 하필 그때 엘리베이터를 탄 부장은 달걀 냄새를 방귀 냄새로 착각해 “손님들이 네 방귀 냄새 맡으려고 백화점에 왔냐”며 나무래자 “방귀를 뀌지 않았습니다”라고 항변하며 짓는 억울한 표정.
#5. 여직원들을 술자리에 데려가 추태를 부리는 부장을 목격하자 그가 했던 말인 “마네킹이야 말로 최고의 직원, 자기 주제를 알고 묵묵히 일하고,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최고의 직원”을 떠올리며 마네킹을 자루에 넣어가 부장의 술자리를 ‘깽판’을 친 후 후배들을 데리고 나온다. 후배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나왔지만 갈 곳은 소주에 오뎅국물을 먹는 포장마차. 깽파을 치고 물건을 부순 것이 떠오르자 부장에게 대들던 당당함은 사라지고 부장에게 돈 물어줄 때 나눠서 내자고 하는 강하지만 돈 앞에서는 쪼그라드는 선배 언니.
#6. “너 담배 못 피우지? 내가 가르쳐 줄까?” “담배를 이렇게 세워서 톡톡 두들겨줘” “야야 그건 겉담배잖아 속담배를 피워야지”
이 모든 연기를 배우 이연희가 소화해냈다. 이연희에게 연기력 논란은 데뷔부터 줄곧 따라다녔으며 올 초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서화 역으로 잠시 등장해 소위 말하는 ‘발연기’ 에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첫 회 방송된 ‘미스 코리아’에서 이연희는 연기력 논란을 완전히 벗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연희는 ‘미스 코리아’에서 학창 시절 퀸카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했지만 1997년 현재의 현실은 주산 자격증이 전부인 여상 출신 엘리베이터걸로 구조조정 대상 1위인 오지영을 연기한다.
‘미스 코리아’는 같은 날(18일) 시작한 SBS의 ‘별에서 온 그대’보다 첫 회 시청률이 2배 가량 뒤쳐졌다. 그러나 이연희의 연기력 발전과 권석장 피디의 연출력, 서숙향 작가의 필력에 시청자들은 “역시 권석장 감독! 재미있는 극본과 연출에 빨려들었다(sn******), “이제 수목은 미코데이(zzbm****)”,“이연희의 성공적인 연기변신에 감탄했다(eleg********)”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별에서 온 그대’가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라면 ‘미스 코리아’는 리얼리즘적 요소가 강하다. 1990년대의 풍요와 향락, 그리고 이 거품을 깬 IMF, 풍요로웠던 만큼 상품화됐던 여성성의 상징 ‘엘리베이터 걸’, 구조조정, 사채 업자 등등이 등장해 절박했던 1997년을 보여주지만 사실 드라마가 보여주는 1997년은 2013년의 현실은 아니라고는 말 할 수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의 첫 회 선택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였다. 그러나 이 현실과 판타지의 대결은 그리 싱겁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판타지의 달콤함 만큼이나 ‘미스 코리아’가 보여주는 현실의 ‘쓴’ 재미를 외면하기는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