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시의 색

金聖順 서울 송파구청장 파리의 어느 부인이 자신의 집 창문 커튼을 주변과 조화를 잘 이루는 것으로 고르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색깔을 묻는 것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기마음대로 선택해도 될텐데 다른 사람들이 함께 보는 커튼, 도시속에 어울리는 색채를 선택하려는 부인의 행동에서 시민의 힘을 느끼게 한다. 원래 도시에는 색이 있다. 그 색은 도시 이미지의 하나가 되고 도시민의 문화수준을 엿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파리는 양털같은 밝은 베이지색으로 우아한 고전미를 풍긴다. 방콕 등 동남아 도시들은 스님의 노란 가사와 황금색의 사원이 어울려 빚어내는 황색 이미지가 강하다. 겨울이 긴 모스크바는 그들의 긴 코트처럼 검고 무겁지만 힘이 있다. 서울의 전통적인 도시 색은 흙빛깔, 나무빛깔이 많았다. 사계절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짙은 회색 기와지붕, 갈색의 나무기둥, 회백색의 벽이 조화되어 전체적인 도시의 색을 이루어 왔다. 그러던 것이 산업사회화 하면서 주변환경과 아랑곳 없이 마구잡이로 우리의 건축문화는 도시의 색을 혼란케 만들었다. 지금 서울의 색은 무엇인가. 눈을 어지럽게 하는 각종 광고물과 시설물·자동차·네온사인 등 움직이는 물체들의 현란한 색깔속에 시민들은 심리적 불안과 도시에 대한 거부감, 공포감을 갖게 된다. 서울은 도시전체의 색이 변하면서 거기에 익숙해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색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색에 대한 관심을 갖는 듯 했으나 민원과 반대여론 등에 밀려 지금은 그 기능이 미약해지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도시의 색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 얼마전 색채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건물색에 관한 견본 안내책자를 만들어 관내 각 아파트 단지에 보낸 일이 있다. 앞으로 아파트 도색을 할 때 참고케 하기 위해서다. 강변지역·문화재지역·상가지역·스포츠시설 지역 등 지역특성에 따라 알맞는 색채 코디네이션 표를 만들어 송파의 환경색채를 한차원 높이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다행히 최근에 와서 주민들의 색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고 호응이 좋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색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파리의 그 부인처럼. 그래야 도시의 이미지가 살아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