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슬로플레이는 흥행의 적

폐막을 눈앞에 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대회 수와 상금액수가 괄목상대할 만큼 늘었다. 함께 늘어난 게 또 있다. 바로 경기시간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던 플레이는 시즌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극에 달했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와 11월 첫째 주에 열린 2개 대회는 18홀을 마치는 데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렸다. 진행이 조금 빠른 골프장이라면 아마추어 골퍼들도 두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한 시간이다. 미국 LPGA투어에서 뛰다 국내 대회에 초청된 한 해외파 선수는 “플레이가 너무 느리다는 느낌이다. 미국에서는 5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거의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 선수의 지적처럼 ‘슬로 플레이’에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동 속도가 느리고 자신의 플레이 순서가 돼야만 샷 준비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동과 준비는 빠르게, 샷은 여유 있게’라는 에티켓 기초가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지연 플레이가 일부 선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선수보다 시간을 덜 쓰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이라도 하듯 속도가 느리게 평준화(?)되는 경향이다. 선수들이 신중해졌고 신설 골프장의 경우 홀 간 거리가 길며 경기위원들이 재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동반자나 관람객에게 지루함을 줄 정도의 신중은 지나치다. 프로라면 주어진 여건에 맞춰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팬 서비스이기도 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시즌 최종전을 포함한 최근 몇몇 대회의 경기시간을 체크했으며 적절한 평균을 정해 보다 원활한 진행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환영할 만한 조치지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선수들의 생각 변화다. 지구상 어디에도 7시간을 넘기는 종목은 찾아볼 수가 없다. 느릿느릿한 플레이는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KLPGA투어 대회의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중계방송이 중간에 끝나는 불이익도 있다. 어렵사리 맞은 투어 활성 시기에 슬로 플레이는 흥행과 팬들의 관심을 가로막는 ‘공공의 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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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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