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번 협상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15년 만에 무분규로 노사협상을 타결 지은 이경훈 현대차 노조지부장(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은 2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 앞서 그동안의 소회를 이렇게 말했다.
이 지부장은 "지난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숨 고를 틈도 없이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며 "중도실리 노선을 지켜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이 끝까지 믿고 맡겨준 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현대차 노조 회의실에 들어선 이 지부장은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얼굴이 까칠해 보였다.
그는 "지난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부결되면 어찌되나, 또 가결되더라도 당장 몇 달 앞으로 다가온 2010년 임단협은 어떤 기조로 가야 하나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이번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놓고 당초에는 조합원들 사이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 지부장은 "임금동결이라는 상징적 의미 탓인지 반발하는 조합원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대차는 이미 4월부터 호봉승급분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본급 동결은 아니라는 논리로 조합원들을 설득한 결과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성과급 부분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합의안을 얻어낸 점 때문에도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상반기 동안 일감 부족으로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잔업과 특근을 못하는 통에 임금손실이 매우 컸다"며 "외부에서는 '노조가 성과급을 과도하게 받아냈다'는 비판도 있으나 올 상반기 동안 조합원들의 생계를 따지고 보면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니 이해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당장 몇 달 앞으로 다가온 2010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내년 임단협에서는 우선 주간연속 2교대제의 시행과 단협 주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결코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새벽 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개인적으로도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며 "이에 앞서 노조 내부적으로 근무형태 변경, 생산량 책정, 임금보전 문제 등 세 가지 사안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2년인 단협 주기를 1년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20년 넘게 고착화된 사안이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시간을 두고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지부장은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받았던 회사에 대한 신뢰감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회사가 끝까지 노조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 같다"며 "노사관계에서 상호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이날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62.21%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노사는 이에 따라 오는 28일 오후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올 임단협을 완전히 타결 짓는 노사 조인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