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이순우 행장의 '고군분투'

우리금융 민영화 표류에 조직 추스르기위해 안간힘<br>영업점 잇단 방문·경영협의회 통해 임직원들 다독여


은행장 자리는 뱅커의 꽃이다. 능력만 갖고 있다고 올라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자리에 올라도 입가에 웃음을 띨 날은 며칠 되지 않는다. 입에서 단내를 품어내고 온갖 모욕을 견뎌내야만 지탱할 수 있는 자리다. 하물며 우리은행의 행장 자리는 "간과 쓸개를 다 버려야 버틸 수 있는 자리(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다. 상업과 한일은행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버리고 한빛은행을 거쳐 우리은행 간판으로 바꾼 뒤 민영화 작업만 벌써 두번째다. 사모펀드(PEF) 세 곳이 인수하겠다고 덤볐지만 하나 같이 탐탁지 않다. 아마 이들 중 한 곳으로 넘어간다면 우리은행 직원들의 마음은 많이 슬플 것이다. 지금도 우리은행 직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이들을 다독여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은행의 행장 자리다. 지난달 10일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새로운 전진을 위한 경영혁신 선포식'. 이순우(사진) 우리은행장은 "고객제일과 현장경영이 혁신 DNA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이날 내놓은 비전은 취임 직후 고객중심의 강력한 영업조직을 만들기 위해 신설한 '경영혁신 TFT'가 2개월간 연구한 끝에 내놓은 것이다. 비전의 방점은 간단하다.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은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 행장 스스로 하루에 수백명의 고객을 만난다. 이 행장은 4종류의 명함을 들고 다닌다. 일반명함, 세례명이 적힌 명함, "고객님을 섬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명함, 점자명함 등이다. 고객에 맞는 명함을 그때그때 내민다. "고객에 따라 명함의 종류도 다르게 만들어야 고객이 감동한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명함이 전시용은 아니다. 취임 이후 사무실에 있었던 날이 거의 없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만나면 "은행장인 나를 이용하라. 영업에 필요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발품을 팔기도 했다. 영업 직원들이 접촉하기 어려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본인이 직접 상대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만난 얘기를 하면서 그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기도 했다. 매주 화요일에는 경영협의회를 열어 우리금융 매각으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현장중심의 경영철학은 영업점 강화로 이어졌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우대금리 결정권을 영업점에 넘기고 창구직원의 승진과 급여 등을 더욱 배려하고 있다. 또 일부 본점 근무인력을 영업점에 재배치 하는 등 영업전방의 전투력을 강화했다. 이 행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일까. 우리은행은 올 2ㆍ4분기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우리은행이 2ㆍ4분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 6조1,041억원 중 부실로 분류된 1조9,851억원의 72.5%를 상각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분기와 비슷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이익으로 7,000억원(세후) 정도가 유입되는데다 영업실적은 오히려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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