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다. 갑작스레 남편과 사별을 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당연히 은행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부모님과 다름없는 이모는 중풍에 걸렸다. 그런데 불행은 오히려 자신을 담금질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 기업은행 정기 인사에서 은행원의 꽃인 지점장으로 승진한 박정미(사진)씨 이야기다.
2005년까지만 해도 박 지점장의 인생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남편의 사업은 순탄했고 2명의 아이들은 말썽 한번 부리지 않았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과의 추억이 켜켜이 쌓인 고향(전라남도 여수)에 머물 수 없었다.
"갑자기 제 몸에도 이상이 왔어요. 심장부정맥이었는데 간병인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아이들은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전 친언니가 있는 전주로 옮겼죠. 가족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가정사는 불행해졌지만 그는 오히려 은행업무에 더욱 매진했다.
"전라도 여자들을 두고 억세다고 하죠. 사별 후 3년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 자신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박 지점장은 총 38개의 표창을 받고 자격증 9개를 취득했다. 올해는 2~4월까지 3개월간 핵심예금왕 1위를 차지했고 카드이용대금달인에 총 3회 선정됐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날마다 중풍에 걸린 이모의 병수발을 하면서 이러한 실적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저는 시작보다 마지막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퇴직이 2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더 노력할 거예요. 은행에 저를 바라보는 눈이 많습니다.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돼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