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뢰이익' 1억원 넘더라도 특가법 미적용

법원, "비상장 주식은 뇌물액수로 산정하기 곤란"

공무원이 뇌물로 받은 주식을 통해 얻은 금전적이득이 1억원이 넘는데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일반 형법상 수뢰죄로 처벌받게 됐다. 통상 수뢰액이 1천만원 이하면 형법상 수뢰죄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는데 비해 1천만원 이상이면 특가법에 저촉돼 1천만∼5천만원일 때는 5년 이상 징역에, 5천만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는 24일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대가로 업체주식을 싼 값에 산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된 정보통신부 부이사관 임모(47)씨에 대해 특가법이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1억1천여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업체의 비상장 주식 5천주를 사기 위해 2천500만원을 내고주식인수 관련 서류를 제출한 2000년 2월에 이미 범행이 기수(旣遂.범행을 완료함)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제 주식을 그해 5월에 넘겨받았다고 해서 그 때를기수 시점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00년 2월에는 이 업체 비상장 주식의 시가가 형성돼있지 않아 뇌물액수를 산정할 수 없으므로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며 "일반 형법상뇌물죄를 적용해 형량을 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수 이후인 2000년 5월∼12월 사이 주식을 모두 매각해 총 1억1천여만원의 차익을 챙겼다"며 "공무원 범죄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수뢰 공무원이 범죄행위로 얻은 불법수익(주식 5천주)에서 유래한 재산(차액 1억1천여만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 관계자는 "범행이 기수에 이른 시점에 얻은 이익이 1천만원이 넘는다는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해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2월 전산기기 업체 U사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40억원을 지원받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임씨는 지원 대가로 U사 비상장 주식 5천주를 싸게 사기로 하고 2천500만원과 주식인수 관련 서류를 낸 뒤 그해 5월 실제 주식 5천주(당시 장외주가 2억5천500만원)를 넘겨받아 2억3천만원 가량 싸게 인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0년이 구형됐다. 한편 공무원들이 업체에 특혜를 준 대가로 계좌추적이 쉬운 현금이나 수표 대신에 비상장 주식을 받는 신종 수뢰수법이 늘고 있는 현실과 이번 판결을 감안할 때보완 법률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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