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유준규 해외건설협회장

"이라크 주택건설부 차관으로부터 한국기업의 전후복구공사 참여시 우선순위(priority)를 줄 수 있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건설시장 재탈환의 희망이 열리고 있습니다."취임 3개월째를 맞은 유준규 해외건설협회장은 최근 방한했던 알 안사리(Al Ansari) 이라크 과도정부 주택건설부 차관으로부터 한국기업의 현지 재건사업에 관한 적극적 참여요청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안사리 차관은 향후 이라크 정부가 발주할 재건사업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될 인물로 지난 1일부터 14일간 건설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ㆍ한국국제협력단의 초청으로 우리의 국토개발현황과 건설산업수준을 보고 돌아갔다. 유 회장으로부터 이번 초청행사의 성과와 향후 중동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이번 이라크 정부인사 초청행사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번 방한단은 안사리 차관을 비롯해 이라크 주택건설부 고위공무원과 건설업체 관계자들까지 모두 20명에 이르는 주요 인사로 구성됐으며 향후 이라크 복구사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자들입니다. 이번 초청을 통해 이들과의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홍보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방한기간 중 방한단은 우리의 국토개발현장과 산업시설에 감탄하며 한국기업이 자국에 꼭 진출해주길 희망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ㆍ유럽 등의 쟁쟁한 기업들도 많은데 굳이 우리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한국기업들이 이라크 복구현장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동원능력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건설사들은 이란ㆍ쿠웨이트 등 이라크 주변국에 여러 곳의 건설현장을 두고 있습니다. 이라크 진출의 전진기지인 쿠웨이트의 경우만 해도 현대건설ㆍ대림산업 등 국내 5개 기업이 14억달러 정도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사리 차관은 한국 건설업체가 장비를 갖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자국 정부가 이를 장기 임대하거나 매입하고 인도 등 제3국의 값싼 노동력 사용을 허용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후복구사업은 이라크 정부보다는 미국이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데요. ▲이번 방한단을 통해 그 같은 분석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습니다. 안사리 차관은 전후복구사업의 주도권은 향후 수립될 자국 정부가 쥐게 될 것이며 당장 내년부터 주택 150만가구 건설사업을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각종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직접 투자해 발주하는 일부 사업의 경우 이라크 현지업체에 상당 부분 발주되겠지만 현지업체들의 인력ㆍ기술ㆍ장비수준이 매우 열악하므로 한국기업이 원한다면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라크 정부가 복구사업을 주도할 만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기존의 사담 후세인 정부가 해외 각국에 숨겨놓은 돈이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사리 차관은 자국 정부가 미국 등과 함께 이 돈을 찾아 복구사업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고 석유 등을 팔면 되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90년대의 걸프전 복구사업의 경우 우리 건설사의 현지 시장진출이 미미했던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이번에도 전철을 밟게 되?않을까 우려됩니다. ▲걸프전 당시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실적은 주로 단순토목ㆍ건축사업에 국한됐기 때문에 플랜트건설이 주류를 이뤘던 복구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릅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건설시장 진출의 주력종목을 토목에서 플랜트로 바꿈으로써 체질변화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에는 61억달러의 해외건설수주 실적 중 78%인 48억달러를 플랜트 부문에서 벌어들였을 정도입니다. -이라크 진출을 계기로 향후 중동건설시장 전체의 돌파구를 뚫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데요. 중동건설시장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내년부터 각각 수억달러 규모의 대형 플랜트건설사업이 잇따라 발주될 것으로 보여 제2의 중동붐이 다시 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란에서는 총 20억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 15~16단계 공사에 대한 시공사 입찰이 내년 상반기 중 실시될 예정입니다. 또 6억달러 규모의 테헤란 지하철 3ㆍ4호선 공사 발주가 진행 중입니다. 쿠웨이트에서도 아로마틱 콤플렉스(Aromatic Complex) 등 42억달러 규모의 대형건설사업이 발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경우 라스라판 컨덴세이트 정제공장과 규쳄(Q- Chem)Ⅱ플랜트 등 30억달러 규모의 공사발주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동 현지에서의 우리 기업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한달여 전 9박10일 일정으로 중동 주요국가를 방문했었습니다. 방문 국가 모두 우리 기업이 매우 성실하고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평판이 좋으면 그만큼 공사를 수주하기가 유리해질 것입니다. 다만 유럽과 일본의 건설업체들에 비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금융조달여건이 불리합니다. 일본 건설업체들만 해도 자국 정부로부터 초저금리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공사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 업체보다 낮은 단가를 제시해 유리한 입장에 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적인 금융지원 확대가 절실합니다. /대담: 신정섭 건설부동산부장 [발자취] 국제감각 탁월 법률·통상전문가 건설업체서 해외 분쟁해결 경험도 유준규 회장은 여러 가지 점에서 역대 해외건설협회장들과는 차별화된 면모를 갖고 있다. 그는 이른바 건설통(建設通)이 아닌 법률ㆍ통상 전문가이고 관료 출신도 아닌 민간인이다. 통상 해건협은 건설업계와 정부간의 의사소통을 중개해주는 기관으로 알려져왔기 때문에 지난 8월 말 그가 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해건협의 역할이 달라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동안 해건협의 주된 기능은 건설업계의 요구를 모아 정부 지원책을 이끌어내는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해외 주요 발주처와 국내 업체간 좋은 유대관계를 맺어주고 고급정보를 수집하는 기능 위주로 재편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국제감각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수장이 돼야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는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유 회장은 70년과 74년 각각 조지워싱턴대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 국제법과 무역관계법 등을 전공한 전문가로 오랜 기간 국제 통상문제를 주요 업무로 수행해왔다. 87년에는 한미통상분쟁협상에서 한국대표로 나섰고 대한교육보험과 한라그룹에서 각각 해외담당 고문과 상임고문직을 맡기도 했다. 또 국제무역자문사무소를 열어 각종 통상문제를 다뤄왔다.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유 회장이 역대 어느 해건협회장보다도 국제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유 회장은 건설 분야와도 무관하지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한라그룹의 고문직을 맡아 이 회사가 중국ㆍ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수행했던 각종 건설사업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이를 통해 해외건설산업의 관례와 흐름을 접할 수 있었다. ◇ 약력 ▲ 42년 전남 광양 출생 ▲ 조지워싱턴대 국제법 학사 ▲ 하버드 로스쿨 졸업 ▲ 87~94년 한미통상분쟁협상 한국대표 ▲ 대한교육보험 상무 겸 해외담당 고문 ▲ 한라그룹 상임고문 ▲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당시 국제정책특보 ▲ 현 국제무역자문사무소 대표 ▲ 현 12대 해외건설협회장 [내가 본 유준규 회장] 임인택 前건교부 장관 꼼꼼하고 열정적인 업무처리로 정평 유준규 회장은 자신의 업무에 철저한 완벽주의자다. 강직한 인상만큼이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는 복잡하고 민감한 국제통상업무를 다루면서도 단 한 차례도 뒷말을 남긴 적이 없다. 이는 그의 탁월한 국제감각과 관련 법률에 대한 깊은 이해, 업무추진에 있어서의 꼼꼼함이 빚은 결과다. 유 회장은 매우 개방적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논리를 펴기에 앞서 항상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열린 귀를 가졌다. 또 논거가 분명하고 명분이 있는 주장이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그의 가슴은 항상 뜨거운 열정으로 끓어오르고 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보고야마는 유 회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길 거부한다. 그는 부단히 노력하는 타입이며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가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프런티어(frontier)다. 유 회장의 인간적 매력은 철저함이나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배려를 할 줄 아는 그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춘 사람이다. 이 같은 이타심은 유 회장에게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의 충분한 자질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앞날을 예견할 수 있는 뛰어난 방향감각을 지녔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구성원들도 함께 이끌 수 있는 조타수로서의 역량이 탁월하다. 어려운 길을 마다하지 않는 고행자. 한 수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현자. 이 모든 것이 인간 유준규를 흠모하게 하는 매력이다. <정리=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