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파이낸셜 포커스] 금융지주 '매트릭스 조직' 실험 성공할까

지주사 밑에 기능·고객 겹치는 사업 부문 묶어 총괄<br>하나이어 신한도 추진, 우리도 내년 도입 목표<br>계열사 시너지 향상 기대, 일부 사업 소외 우려도



금융지주회사들이 조직 개혁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지주회사가 각 계열사들을 수직 구조로 거느리고 있던 구시대적 체계를 버리고 기능에 맞춘 새로운 조직 모형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이 지난 2008년 처음으로 매트릭스 체제를 들여온 데 이어 신한도 지난 6월 투자은행(IBㆍInvest Bank)과 자산관리(WMㆍWealth Management)만 따로 떼어 매트릭스를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대형 지주회사들의 조직 개혁 실험이 우리 금융산업의 선진화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 개혁의 상징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는 이유는=매트릭스 조직은 지주사 산하에 수평 조직을 두고 기업금융ㆍ소비자금융 등 계열사들 간 기능이 같거나 고객이 겹치는 사업 부문을 묶어 총괄하는 형태를 말한다. 현재 금융지주 산하에는 은행ㆍ증권ㆍ보험ㆍ캐피털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수직체계이다 보니 업무영역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PB나 IBㆍ자산관리ㆍ소매금융을 은행ㆍ증권ㆍ보험 등이 각각 별도로 업무를 추진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주 내부에서 많이 제기됐다. 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PB의 비중을 놓고 보면 은행이 가장 높은데 사실상 제공하는 서비스는 증권이나 보험 등과 큰 차별성이 없다"면서 "차라리 자회사들의 PB 서비스를 묶어 관리하면 고객별로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할뿐더러 효율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매트릭스 조직이 도입될 경우 은행이 가진 네트워크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가 가진 업무능력이 결합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별이 아닌 사업 부문별로 성과평가가 이뤄지면서 의사 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매트릭스 조직실험 성공할까=전면적인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을 했던 하나금융은 일부 자회사의 소외감 등으로 일부 수정 작업을 마쳤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전면적인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자회사 간 예컨대 은행ㆍ증권ㆍ보험의 비중이 비슷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지주는 은행 비중이 70%, 많게는 90%에 이르는 곳도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처럼 매트릭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중이 비슷해야 기능과 인력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산은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은 IB나 PBㆍ기업금융 부문의 자회사 간 임원들이 매달 정기적으로 모의 협의를 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이 때문에 매트릭스의 전면 도입에는 신중하다. 은행의 집중도가 높아 증권이나 보험 등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신한이나 우리금융 모두 당장에는 그룹전체로 매트릭스 조직을 확대하지는 않는다. 초기에는 PB나 WM 등 업무의 차별성이 적은 부문부터 통합조직화해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IB와 PB에 우선 도입한 뒤 성과가 좋으면 이를 다른 사업부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 관계자는 "PB나 WM에서의 매트릭스 조직체계 도입에서도 역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PB는 은행에서 총괄하지만 업무평가나 의사결정은 최대한 자회사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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