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자체 눈치보기행정 극심

선심성행사에 예산 펑펑 전시행정 급급 할일 뒷전지방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눈치보기 행정'이 심각한 수준이다.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제 할 일도 하지 않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반면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행정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역의 장기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도시계획 사업이나 외국인 투자유치까지 몇몇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면 아예 일을 덮어두기 일쑤다. ◇민원 생길 일은 선거 후에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003년 6월까지 완료해야 하는 서울시내 일반주거지 세분화 작업이 조례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다 돼가는데도 각 구청이 미적거려 지연되고 있다. 이 작업은 친환경적 도시계획을 위해 현재 일반주거지(용적률 300%)로만 분류돼 있는 것을 1종(150%), 2종(200%), 3종(250%)으로 구분하는 내용으로 구청장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이해 관계가 첨예한 용적률 조정 작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거지 세분화 작업의 첫 단계인 용역기관 선정을 마친 구청은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12개구에 불과하다. 또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사업까지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삼성테스코는 서울 동대문구에 대규모 할인매장을 신축하기로 했으나 구청으로부터 1년 가까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청측은 할인점 신축에 따른 교통 혼잡과 지역 중소 상인들의 반발을 이유로 삼성테스코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 한 상태다. 경제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투자 계획을 뚜렷한 명분 없이 지연시키는 것은 전체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선심행정에는 예산 물쓰듯 최근 각 지자체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대비 지역축제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역 주민을 자연스럽게 동원할 수 있는 이벤트성 행사는 단체장의 치적 홍보와 얼굴 알리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행자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한해에 개최되는 각종 축제는 줄잡아 800여개로 한번에 소요되는 경비를 5,000만원으로만 잡아도 400억원 이상이 되는 셈이다. 또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터무니없는 국고지원 요청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특히 국고지원 요청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선심성ㆍ전시성이거나 수년간 계속 미뤄져왔던 것들이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충남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에 남산타워처럼 전망대와 기념품센터 등을 갖춘 100㎙ 높이의 비치타워를 짓기로 하고 내년 예산 편성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비가 무려 30억원에 달해 충남도 예산 담당자까지 "국비가 지원되겠느냐"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속임수 예산확보'도 판치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시장 공약사업인 경전철(20.3㎞ 구간) 사업이 지난 1일 기획예산처 국비지원 심사에서 통과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2003년도 국고보조 신청자격을 얻은 데 불과하다. 기초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단체장들은 눈에 보이는 전시성 예산편성에 더욱 신경을 쓴다"면서 "이로 인해 정작 필요한 사업은 국비를 받지 못하는 등 폐해가 크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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