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것이 대못 규제] <7> 성장 가로막힌 관광산업

서비스업 활성화 외치면서 … 부지규제서 전기료까지 곳곳 역차별

'학교보건법'에 호텔 신축 발목…10만원 이하 객실 태부족

제조업중심 성장정책서 벗어나 각종 요금·세제지원 필요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은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를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부르짖으며 규제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관광산업은 각종 불합리한 규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광 등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은커녕 오히려 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에 차별 받는 관광산업=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2월 국내 관광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관광산업 규제 관련 건의사항'을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실행된 것은 많지 않다.

요구사항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유원시설업의 산업용 전력요금 적용' '관광호텔 도시가스 산업 요율 적용' 등 제조업과의 차별을 없애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관광·서비스업 전기요금은 산업용에 비해 비싼 일반용으로 분류돼 있다. 산업용과 서비스업간의 전기요금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산업용 요금 인상률(6.4%)을 일반용(5.8%)보다 높여 두 산업 간 격차를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을 높이고 일반용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요금 조정으로 두 산업 간 격차가 다소 줄기는 했으나 서비스업 육성이라는 목표에 비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도 마찬가지. 관광호텔 등 서비스업에는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적용되고 있어 제조업에 비해 5~10%가량의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 업계에서는 사고발생률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는 산재보험료를 사고발생률이 유사한 금융보험업과 같은 수준으로 낮춰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일본에 치우친 외국인 관광객을 동남아·러시아 등으로 넓히고 내국인이 해외 관광보다 국내 관광으로 눈을 돌리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종 요금과 세제 측면에서 관광산업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카지노 개설을 허용하는 '크루즈산업육성법'도 관광객 유치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카지노 영업이 허용된 외국 크루즈와의 차별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대등한 경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야당의 반발에 가로막혀 6개월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 없이 크루즈 영업의 주요 타깃인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 규제에 막힌 호텔 신축=일본 나고야시 목야(牧野) 소학교로부터 도심지 방향 120m 안쪽에는 비즈니스호텔인 다이산스타나고야·후쿠야호텔 등 5개의 숙박시설이 영업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도시계획법·학교보건법과 같은 호텔 규제 법안이 없으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데 교육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호텔 신축 허가를 내준다. 일본에 중저가의 비즈니스호텔이 많은 이유다. 반면 우리나라는 다르다. 서울 광희초등학교가 있는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주변에는 지난해 상반기 세 건의 호텔 신축 허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신축 허가가 난 것은 단 한 곳. 세 곳 가운데 그나마 초등학교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호텔이 부족하다.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서울시에는 3,800여개의 숙박시설이 영업 중인데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호텔은 18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대실 위주의 여관·모텔 등이다. 객실 수도 마찬가지여서 총 10만300여개의 객실 가운데 관광호텔의 객실 수는 30%도 안 되는 2만9,900여개에 그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객실료 10만원 이하 호텔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서울 관광호텔 188개 가운데 객실료 10만원을 넘는 특1·특2급 호텔은 49개이며 이 호텔들의 객실 수는 1만6,700여개로 서울시 전체 객실 수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객실료 10만원 이하의 1~3급 호텔(71개)의 객실 수는 6,500여개에 불과하다.

호텔 신축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교로부터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호텔 신축을 규제하는 '학교보건법'이 대표적인 대못 규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해시설 없는' 호텔에 대해서는 위원회의 심의 없이 호텔 신축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교육계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막혀 있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2년 서울시 내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서 호텔 신축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곳은 126개이며 이 가운데 43개의 신축이 불허됐다. 만일 이 호텔들의 신축이 허가됐다면 약 7,300여개의 객실이 새로 생겨 호텔 부족 현상이 상당 부분 완화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중저가 호텔의 부족으로 중국인 등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기도 호텔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며 "중국인뿐 아니라 동남아·러시아인 등으로 고객층을 넓히려면 중저가 호텔을 대거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