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기부양發 '훈풍' 분다<br>맞춤전략 등 특수잡기 분주<br>판매증가 효과 차·가전등 해당제품 개발·마케팅 강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국내 실물경기 진작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 내수경기를 부양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이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재고조정에 나서며 공급량을 조절해왔던 국내 기업들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수립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 내수시장 지원책 봇물=중국 정부는 세계적 경기하강에 따른 수출감소분을 공격적인 내수확대 정책을 통해 만회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올 초부터 국내 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에도 대출 압력을 행사해 전방위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들이 올들어 지난 1월부터 20일까지 시중에 방출한 신규 대출 규모는 9,000억위안(약 180조원)으로 기존 최고치인 지난해 1월의 신규대출 증가액(8,036억위안)을 갈아치우며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증가액을 보였다. 또 인민은행은 올해 신규대출 증가 목표액을 4조6,000억위안으로 지난해 목표액 3조6,000억위안보다 27% 높여 잡았다.
중국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국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당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향후 지사 확충이나 신상품 출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의 시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시중 돈 풀기와 함께 대대적인 재정확대를 통한 내수경기 진작도 꾀하고 있다. 실제 당국은 농촌 내수를 확대하고 가전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전제품 보조금을 지난해 90억위안에서 올해 150억위안으로 올렸으며 이달 내로 국내총생산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제지ㆍ식품 등 경공업에 대한 경기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경기부양 시장 잡아라”=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1월 중국 정부가 1,600㏄급 이하 차종에 대해 구매세 5%를 인하하자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73만5,500대로 전월 대비 4.4% 상승했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중국 내수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월 단위 판매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35%, 15% 증가한 4만2,790대, 1만7,607대를 팔았다.
가전업계도 중국 경기부양책에 대응,‘맞춤 전략’을 수립했다. 휴대폰(1,000위안 이하), 세탁기(2,000위안 이하) 등을 소비자들이 살 때 중국 정부가 가격의 13%를 보조하는 만큼 해당 제품군 개발 및 판매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의 휴대폰 및 가전제품이 주로 프리미엄급에 집중돼 있어 정부 보조금 해당 제품군은 전체의 5%를 밑도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이 본격화하면 시장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팀장은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기회 시장이 열릴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영업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전 판단 아직 일러=중국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성수지 제품 가격이 경기변동에 선행하는 트렌드를 보이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현재의 상승세는 재고소진으로 인한 반발 매수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제조업은 내수 시장보다는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소비심리가 살아나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최근 동유럽 일부 국가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미국과 유럽 상업은행 부실에 대한 위험이 남아 있어 선진국의 소비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