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가 1,000시대] 지수에 웃고 수익률에 운다

『1,500만원 투자해서 두달 만에 일년치 연봉을 벌고나니 내가 뭐하러 뼈빠지게 월급 받고 일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회사원 崔모씨), 『주가는 오르는데 난 2,000만원 투자해서 절반을 까먹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돈을 벌고 있는건지…』(회사원 李모씨)주가 1,000포인트 시대의 우리사회의 명암이다. 지난해 3월에 불과 300포인트대에 머물던 주가지수가 불과 1년4개월 만에 사상 3번째로 1,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주식」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직장 사무실이 증권사 객장으로 변한 것은 이미 옛일. 샐러리맨들의 아침 출근인사는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어제 얼마 먹었어』가 돼버렸다. 강남의 아줌마부대는 물론이고 서민들 조차 이제 주식을 모르면 「사오정」 소릴 듣는다. 심지어 「컴맹보다 무서운 게 주맹(株盲)」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가라고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H대에서는 「투자론」등 일부과목을 중심으로 실제 주식투자수익률에 따라 학점을 주는 강의까지 생겼다. S건설의 李모과장은 『최근 회사내 모부장이 3,000만원 투자해서 5달 만에 1억을 만들자 서로 점심을 사겠다며 투자요령을 알려달라는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며 『도대체 일하러 출근하는지 주식투자하러 회사에 나오는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객장마다 유명 투자상담가를 접대, 고급정보를 캐내기 위한 「유치전」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증권가가 몰려있는 강남·명동·여의도 일대 음식점과 유흥가는 주식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강남 K룸 살롱의 한 마담은 『손님중 상당수가 증권가 사람들』이라며 『공무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증권가 사람들이 채우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식신드롬」속에서도 그 열매는 극히 일부에만 편중돼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주가상승을 주도하는 종목들이 대부분 주당 수십만원대의 대형우량주다 보니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만 돈을 벌 뿐 주로 저가주에 투자한 「개미군단」들은 돈을 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증시주변의 이야기다. 부천의 김모(35·주부)씨는 최근 아파트 중도금을 내려고 마련한 돈 3,000만원중 1,000만원으로 모건설사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당시에 7,600만원 하던 주가가 지금은 5,000원을 조금 넘을 뿐이다. 金씨는 『친구 말을 믿고 투자했는데 300만원을 날렸다』며 『여기에 중도금 연체이자까지 물어야 할 판이라 이래저래 손해만 봤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기재(李基在·33·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은행융자 갚기도 벅찬 데 남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다. 명동 D증권 대리는 『불과 6개월 사이에 주가가 5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지만 개인투자가들은 「먹은 사람」보다 「못먹은 사람」이 더 많다』며 『개인 투자자 10명중 7명은 실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개인투자가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다고 말한다. 만약 주가가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파급효과는 주식시장에 머물지 않고 사회전체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앙대 박승(朴昇)경제학과교수는 『기업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서 주가상승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하지만 현재 증시는 대중은 철저히 배제된채 기관과 외국투자가 등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왜곡된 룰이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식시장 열풍이 자칫 건전하게 일하는 서민들의 가치관에 혼돈을 주고 있다』며 『건전한 투자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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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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