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SK글로벌과 생명수

죽음만큼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걸겠다고도 한다. 최근 한 종교단체에서 빚어진 `생명수` 사건도 이 같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죽어가는 기업들은 자신을 회생시킬 `생명수`와 `메시아`를 찾기 위해 있는 힘을 쏟는다. 어느 어느 곳에 `생명수`나 `메시아`가 있다고 하면 솔깃할 수 밖에 없다. SK글로벌을 둘러싼 각종 사건들도 생명수나 메시아와 크게 동떨어진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SK글로벌을 유동성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생명수` 수조원이 해외에 은닉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지난 주말에는 해외에 은닉된 1조원규모의 SK㈜와 SK텔레콤 주식을 실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에서 찾아냈다는 내용으로까지 발전했다. 사람들은 `생명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1조원규모로 알려졌던 해외파킹 주식은 2,000억원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수`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SK글로벌이 다음으로 기다린 것은 정치적 `메시아`였다. 재계3위의 SK그룹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가 “굵직한 구조조정 작업을 여러 번 해왔지만 이만큼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모 종교단체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헛된 생명수에 대한 갈구는 불행만 키울 뿐이다. 죽어가는 기업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채권단과의 협력을 통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SK그룹과 SK글로벌은 아직 이 길보다는 부활을 위한 `생명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해외에 파킹된 2,000억원대의 SK그룹주식에 대해 지난 주에야 채권단에 마지못해 밝혔고 그룹차원의 자구계획안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실사법인에 의해 자본잠식 규모까지 밝혀졌지만 여전히 SK사태의 해결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태해결을 위한 SK그룹과 글로벌은 생명수나 메시아를 차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게 더 급하다는 생각이다. <조의준기자(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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