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당분간 '3대 세습' 안착에 올인… 대화채널 중단 될수도

[김정일 사망] ■ 기로에 선 北, 향후 행보는<br>체제 결속·내부 권력투쟁 과정서 핵실험등 의도적 도발 배제 못해<br>김정은 후계구도 안정화 성공땐 남북관계 새로운 진전 가능성도<br>"정부, 상황 봐가며 유연한 대처를"

이명박 대통령의 '원칙론에 기반한 대북관계'가 예상치 못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충격으로 남북관계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경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보여줬던 북한 지도부의 특성상 '유훈통치'를 내걸고 급격한 변화를 이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기대를 모았던 오는 22일 베이징에서 열리기로 한 3차 북미 고위급 회담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기치 못한 남북 간의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체제유지를 위한 내부결속을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폐쇄와 식량지원을 연계시킨 것도 이러한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북한 내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사후 남북관계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과 같다고 비유하며 정부도 원칙론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훈통치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 불가피=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대남 접촉 자체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공백을 메우고 후계자인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내부 단속 및 관리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체제 결속을 위한 의도적 도발이나 내부권력 투쟁 과정에서의 우발적 도발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가 중단을 넘어 다시 한 번 파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을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에 비유했다. 체제 불만 세력, 권력재편 등 내부 문제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풍선을 터뜨리는 최악의 방법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내부강화가 필요할 때 밖(외부)을 건드린다"면서 "이런 이유로 북한이 핵ㆍ미사일 실험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은 비상경계태세를 확고히 하는 가운데 한미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북관계 변화의 가능성은?=역으로 북한이 내부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개혁과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와 올해 사망 직전까지 중국과 러시아 등의 경제특구를 방문하며 중국식 개방경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내년 '강성대국 진입'의 목표 달성을 위한 대외지원 유입을 위해 예기치 않은 개방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는 중ㆍ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기존보다 전향적이고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취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 남북관계가 복원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내놓기도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체제가 강권하게 유지되면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개방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방에 등탑 설치를 하는 것과 같이 북한을 자극하는 대결 정책을 버리고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 오히려 이번 일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장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의 권력구도가 안정되면 남북구도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그랜드바겐 유지=이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기조가 김 위원장 사망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기존의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미 안보동맹 강화에도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유연성을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등장과 함께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하고 있어 북한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대응체제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 이벤트로 만들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기조는 뚜렷하다. 오히려 임기 5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이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김 위원장 사망으로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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