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인기술] 누가 누구를 모욕하는 것일까?


서울시와 청소년 폭력 예방 재단이 최근 서울시내 초, 중, 고등학생 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청소년 58%가 인터넷에서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욕설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욕설을 주로 하는 이유는 타고난 공격성일 수 있다. 이들은 게임을 즐긴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철권' '킹 오브 파이터즈' 등의 1:1 대전 격투 게임을 볼 수 있다. 이 게임들의 내용은 단순하다. 돈을 넣고 캐릭터를 고른 뒤 컴퓨터가 제공하는 상대 캐릭터와, 혹은 다른 사람의 캐릭터와 1:1 격투를 벌여 상대의 체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잔인하게 때려눕히면 된다. 이러한 대전 격투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스토리텔링이나, 개연성도 필요하지 않다. 순간적인 쾌락을 얻기 위해 펼쳤던 가상 폭력은 점차 청소년의 마음에 내면화된다. 이러한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공격성과 언어폭력을 가르친다.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영화, 게임 등 오락 매체에 의해 학습된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도 있다. 대중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되는 폭력은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발산시켜 오히려 폭력성, 공격성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다. 영화, TV, 게임 등에서 많은 폭력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싸우고, 때리고, 살인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게임에서는 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가상 폭력의 수준도 시간이 감에 따라 증가되어 왔다. 이제 더 이상 각종 콘텐츠에서 폭력성의 희생자들은 원거리에서 죽거나 금방 쓰러지지 않는다. 그들은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어가며 그들의 몸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오락매체에 묘사되는 폭력이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은 널리 가정되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범죄율이 2차 대전 직후 TV가 도입된 후에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이 가정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매체 폭력의 영향은 가장 격렬하고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이지만 이러한 가상 폭력이 인간의 공격성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는 범죄와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매체를 억제시킬 수 있을 만큼 매체 폭력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증거가 강한가에 있다. 폭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 중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불안, 실업, 주택 부족, 의료 혜택의 부족, 알코올, 불법적인 약물의 남용,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 악법에 의한 피해 등과 같은 사회정치적 요인들도 있다. 사실 매체에서의 폭력성 묘사는 이러한 사회정치적인 조건에 비하면 영향력이 아주 경미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체에 묘사되는 폭력이 일반적으로 폭력성을 증가시킨다고 믿고 있지만, 충분한 증거가 얻어질 때까지는 특정한 입장을 취하는 것에 조심해야 한다. 보다 소중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콘텐츠가 청소년의 폭력성에 강한 영향을 끼치리라는 가정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우선 같은 조사결과에서 부모들이 건전한 활동이라고 굳게 믿는 온라인 학습을 주로 하는 청소년들도 3명 가운데 한명 꼴은 악플을 단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의 대부분이 욕설이나 비방 등 인격 모욕에 관한 것이다. 몇 몇 연예인을 자살로 몰고 간 것으로 지탄받는 악플은 상황에 따라서는 심각한 언어적 폭력이다. 정부는 악플이라는 인터넷 언어폭력에 대해 사이버 모욕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를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아도 죄가 성립하는 비 친고죄로 발의하여, 피해자 입장에서 고소를 제기하는 부담 없이도 수사기관들이 자의적으로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언어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면 누구나 행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일 합법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당하는 청소년이 생긴다면 국민의 행복은 더욱 거리가 멀어진다. 댓글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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