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라 구아다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이벤트를 한꺼번에 겪은 느낌입니다"
퍼포먼스 '델 라 구아다'가 지난달 말 공연에 돌입했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표정은 한마디로 놀라움. 시종 일관 터지는 함성도 브로드웨이 무대 이상이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고 배우와 관객의 구별조차 명확하지 않은 '델 라 구아다'는 기존 공연 형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천장에서 시작되는 그림자극, 시종 뿌려대는 물, 아찔한 공중곡예 등 색다른 시도 등도 이에 한 몫 했다.
하지만 공연의 생명이 그 현장성에 있음을 생각할 때 '델 라 구아다'는 공연의 본연을 일면 반영한다. 관객들도 함께 춤추고 소리지르며 극의 일부가 되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원산인 이 공연은 브로드웨이 오프 무대에서 7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하지만 엽기적이고 잔혹스런 정서가 우리네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어 있는 그대로 즐기기 이전에 약간의 관념적인 이해가 필요했다.
전 국민의 90%가 유럽계 이민이면서도 '남미'인 일 수 밖에 없는 아르헨티나의 특수 상황 등을 그 배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여 1년 이상으로 예정된 공연의 장기 가능성엔 아직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에 의해 공연되는 새롭고 '쿨'(cool)한 특성으로 일단 장안 젊은이들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할 듯 하다.
즐길 수 없어 공연장을 멀리했던 젊은 층이 대거 몰려든다면 20대 관객 층을 확실히 개발한 첫 공연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또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들여왔던 설도윤 프로듀서 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초기 산업화' 단계에 들어선 공연계에서 프로듀서는 상업 자본으로부터 양질의 공연을 담보할 마지막 보루다. 이런 이유로 그 향방에 관한 공연계의 주목이 남다르다. '델 라 구아다'를 보는 시선엔 이렇듯 여러 가지 생각이 담겨 있다.
▦원피스ㆍ슬리퍼는 NO=시종일관 물을 뿌려대기에 하늘하늘한 소재의 원피스나 흰 옷 등은 보기 민망한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긴 바지나 슬리퍼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언제쯤 입장할까=스탠딩 상태에서 공연이 진행되므로 먼저 입장한다면 구석자리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파티 걸'이라면 관객의 2/3선쯤 들어서라. 공중 곡예나 물 세례 모두에서 뒤지지 않을 것이다.
▦공연 뒷정리는 어떻게=흥건히 고인 물, 신문지, 풍선, 종이조각.꽤나 지저분한 무대 뒷정리는 어떻게 할까? 바닥에 설치된 특수 장치 덕에 물은 자동으로 제거된다. 하지만 종이조각 등은 일일이 쓸어내야 한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