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영화사에 남을만한 화제작들이 쏟아졌다. '써니' '블라인드' '최종병기 활' '마당을 나온 암탉' '도가니'의 경우 전쟁 같은 영화시장에서 '성공작'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참담한 실패작들도 없지 않았다. 특히 '7광구'를 제작한 윤제균과 '라스트 갓 파더'의 심형래는 올해 가장 크게 실패한 2명의 영화인으로 꼽힌다. 윤제균이 만든 '7광구'는 한국판 3D의 표본을 제시하겠다며 올 여름 야심차게 공개됐지만 224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그쳤고 결국 막대한 손해를 낸 뒤 스크린에서 일찌감치 퇴출당했다. '라스트 갓 파더'는 불과 200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제작자 심형래는 법정까지 서야 되는 참담한 결과로 나타났다. 윤제균은 한 인터뷰에서 "'7광구'를 단순하게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와 비교하려 한다"고 항변하며 해외로 떠났고 심형래는 임금체불자라는 사회적 낙인까지 찍혀 좌절해 있는 상태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의 생애는 이 두 사람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만하다. 미혼모의 아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잡스의 굴곡진 인생을 관통하는 또 다른 장르는 영화였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애플에서 쫓겨난 지 1년 만인 지난 1986년 컴퓨터그래픽 회사를 인수해 '픽사'라는 이름으로 바꿔 컴퓨터로 만드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도한다. 하지만 잡스가 영화인으로 성공한 것은 1995년 '토이스토리'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서였다. 무려 9년이 걸려서야 '영화인 잡스'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그가 애플에 복귀한 후에도 할리우드에서 '괴짜','자유주의자'라는 평가는 그를 따라다닌 트레이드마크였다. 스티브 잡스가 생애가 낙담한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다시 의미 있는 존재로 돌아가라"는 것이고 '우주에 한번 흔적을 남겨보자'고 했던 잡스의 말은 윤제균과 심형래라는 두 사람의 영화인에게도 좋은 조언이 될 듯하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창조산업인 영화계의 경우 특히 더 많은 '자유주의자'와 '괴짜'들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은가.